[한경에세이] '무모한 도박' 아닌 '안전한 도전'

문재도 <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mjd00053@ksure.or.kr >
“이 사업에 내가 가진 전부를 걸 생각은 없었습니다.”

2010년 미국 뉴욕에서 창업 후 한 달 만에 목표한 연간 매출을 달성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와비파커가 내놓은 성공 요인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생 기업이 ‘대박과 쪽박을 건 도전’에 나섰을 거란 세간의 생각과 정면으로 배치됐기 때문이다.와비파커 창업자인 대학원생 네 명은 거대 기업이 독점하던 미국 안경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로 했다. 시력을 재고 직접 착용해본 뒤 사게 마련인 안경을 온라인으로 팔겠다는 아이디어였다. 학창시절 내내 온라인 안경 판매 사업을 준비하던 이들은 뜻밖에도 창업을 미룬 채 취업을 택했다. 성공할 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대신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실무 경험과 지식을 더 쌓으며 창업 준비를 이어갔다. 온라인 플랫폼 기술, 디자인 개발, 마케팅 전략 등 사업에 필요한 노하우를 익히던 이들은 성공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고 판단한 순간에 와비파커를 창업했다. 창업과 동시에 구매 대기자 2만명을 넘기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애덤 그랜트 와튼스쿨(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와비파커의 성공을 ‘계산된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을 인식하는 데 그친 게 아니라 ‘해볼 만하다’는 수준으로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말이다. 기존 질서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에 과감해 보이지만 오히려 미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한 것이다.고위험의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않으면 고수익을 누릴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는 성장을 위해 수출로 눈을 돌리는 내수기업이나 수출초보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넓은 시장과 높은 마진만 보고 수출에 나섰다가는 무역거래의 다양한 불확실성에 발목 잡히기 십상이다. 환율 변동으로 예상치 못한 환차손이 생기기도 한다. 어렵게 수출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해 애를 먹기도 한다. 불확실하다는 사실 외에는 전부 다 불확실한 지금의 교역환경에서 ‘불확실성(uncertainty)’을 ‘관리 가능한 리스크(manageable risk)’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무역보험공사는 지난해부터 수출초보기업의 수출 불확실성 해소를 돕기 위해 수출안전망보험을 출시해 4000여개 기업을 지원한 바 있다. 앞으로도 무역보험과 손잡은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이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무모한 도박’이 아니라 리스크가 사라진 ‘안전한 도전’이 되길 기대해본다.

문재도 <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mjd00053@ksure.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