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 판도 바꾸는 IFRS17] 미국·중국·일본 "계획 없다"…대만은 2023년에나

IFRS17 외국에선

국내서도 도입 유예 목소리 있어
정부 "신뢰의 문제…도입 강행"
한국이 보험 분야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준비에 여념이 없지만 세계 모든 국가가 한국과 같은 상황은 아니다. 당장 미국, 일본, 중국 등은 IFRS17을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충격이 큰 IFRS17 도입을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영국 등 유럽 국가들과 호주 등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권고에 따라 2021년 IFRS17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지역 보험회사들은 이미 부채와 자산을 장부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온 만큼 도입에 어려움이 없다는 판단이다. 국제금융연구원 관계자는 “IFRS17이 유럽 방식의 회계제도에 기반을 둔 것인 만큼 유럽권 국가들의 저항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아시아 국가 가운데는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이 2021년에 IFRS17을 도입한다. 스텔라 잉 무디스 선임연구원은 “기존에 IFRS를 도입한 국가들은 대체로 2021년부터 IFRS17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면서도 “IFRS 도입국인 인도네시아와 대만은 자국 내 보험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 IFRS17을 2021년 적용하기로 한 대만은 도입 시기를 2년 유예했다. 잉 연구원은 “대만 당국이 업체들에 장기성 해외 투자를 늘려 부채와 자산의 듀레이션(잔존만기)을 일치시킬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은 도입에 신중한 편이다. 독자 회계기준을 사용하는 미국은 IFRS17을 도입할 계획이 없다. 국제회계기준(IFRS)을 변형한 독자 회계기준을 쓰는 중국도 IFRS17을 자국 회계기준에 반영할지 시간을 두고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해외 영업 규모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상장기업에만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는 일본도 IFRS17 도입 열풍에서 벗어나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도입 연기나 유예 등의 목소리가 있지만 국제 신뢰 때문에 연기나 유예는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