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황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세계최고 금형, 젊은 기술자 못 키우면 미래없다"

협동조합은 지금…

작년 수출 '세계 2위' 지켰지만
중국 저가공세·일본 협공에 수출 첫 2년 연속 감소

조합사와 150억원 투자…금형기술교육원 설립
이수자에 인센티브 검토
박순황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국내 금형산업에 대해 “숙련기술자 확보 여부에 미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하 기자
한국 금형제품은 세계 어디서든 환영받는다. 납기를 잘 지키면서도 품질이 뛰어나다. 그런데 갑자기 위기가 찾아왔다. 숙련기술자의 대가 끊기면서 세계 최고 지위도 위협받고 있다.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은 업계를 책임질 젊은 기술자를 키우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박순황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금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세계 최고 수준의 금형산업 경쟁력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다”며 “숙련기술자 육성을 위한 기반 마련을 더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금형조합은 지난달 첫 전문 교육시설인 한국금형기술교육원의 문을 열었다. 자동차, 정보기술(IT), 반도체, 전자부품 등 전방산업에서 필요한 신규 인력을 양성하고 숙련기술자를 확보해나갈 계획이다.◆수출 세계 2위…2년째 감소세

한국 금형산업 수출 규모는 세계 2위 수준이다. 2014년에는 32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같은 해 수입액 1억5881만달러보다 20배가량 많다. 이후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과 일본 업체에 조금씩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수출 규모가 2015년 29억달러로 꺾이더니 지난해에는 27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 금형산업의 수출 규모가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 속에 일본 업체마저 환율 효과로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박 이사장은 그러나 대외적인 변수보다 금형산업의 기술경쟁력 약화를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숙련기술자가 점차 줄어들면서 중국 일본에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형산업은 만성적인 기술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인력 부족률은 27.5%(2014년 기준)에 달한다. 10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공급 인력은 7.5명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박 이사장은 “기존 금형산업 기술력은 독일, 일본과 비교했을 때 일반금형 부문은 경쟁우위에 있고, 정밀한 특수금형 부문도 비슷한 수준까지 따라잡았다”며 “그러나 신규 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기술 교육이 없었던 탓에 숙련기술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차세대 숙련자에 미래 달려”

지난달 금형조합은 500여개 조합사와 150억원을 투자해 경기 시흥시에 금형기술교육원을 세웠다. 기술교육원은 부지 9917㎡ 규모로 업무동, 실습교육동, 기숙사 등 3개동으로 구성됐다. 이달부터 교육 프로그램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교육 프로그램은 취업 전 연수생 교육, 미숙련 기술자 재교육, 재직자 고도화 교육 등 크게 3개 부문이다. 취업 전 연수생 교육은 학생들이 취업 후 실무에 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한 맞춤 교육이다. 연수업체가 설계·절삭·가공 등 여러 업무 중에서 고정 업무를 지정하면 이와 관련한 이론과 실무만 집중 교육하는 식이다.금형업계가 기술자 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숙련기술자가 크게 부족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금형산업 경쟁력은 곧 숙련기술자 확보에서 시작된다”며 “A급 기술자가 많은 회사가 A급 회사고 세계 최고가 된다”고 강조했다. 금형조합은 교육 이수자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도 업체들과 조율 중이다. 박 이사장은 “‘1인 1기능’을 갖춘 기존 금형 기술자도 재교육을 통해 보유 기술을 고도화하거나 2~3개 기능 능력을 갖출 수 있다”며 “교육받은 인력은 더 나은 조건으로 제대로 대우해주면 젊은 기술자도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