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일 NC 다이노스 사장 "팬들에게 즐거움 주는 야구회사…'전국구 공룡구단' 만들겠다"

야구기자 출신 7년차 CEO
제1의 목표는 우승이 아니라 경기장 찾는 팬들 더 늘려
구단·리그 가치 높이는 것

팬심 사로잡은 '엔런트'
공룡 티셔츠 교체 이벤트 등 세심한 팬 마케팅 전략 주효
페이스북 10만 팔로워 첫 돌파
“목표가 우승이었다면 서운했겠죠. 창단부터 지금까지 우승을 목표로 삼은 적은 없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이태일 NC 다이노스 사장(51·사진)은 지난해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던 쓰라린 기억을 상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구단 사장이라면 당연히 목표로 삼을 법한 우승이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는 그의 표정과 말투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는 “감독과 선수들은 당연히 우승이 목표였겠지만 사장으로서 정한 첫 번째 목표는 당당한 KBO 리그의 일원이 되는 거였다”고 강조했다.◆창단 7년차 신흥 강호 ‘공룡군단’

한국프로야구(KBO) 아홉 번째 팀 NC 다이노스는 올해로 창단 7년째를 맞은 신생 구단이다. 2011년 경남 창원을 연고지로 창단해 퓨처스(2군)리그를 거쳐 2013년 KBO리그에 합류했다. 전문가들은 NC 다이노스가 첫 시즌을 7위로 마칠 때만 해도 적응 기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런 예상은 빗나갔다. 2014년 ‘가을 야구’를 경험한 공룡군단은 3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지난해엔 역대 최고 성적인 정규 시즌 2위에 오르며 한국시리즈 무대도 밟았다.

개막 한 달을 넘긴 올 시즌 NC 다이노스는 간판타자였던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탄탄한 전력을 앞세워 현재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이 사장은 “창단 후 1~2년은 행여 경기력과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신생팀이 리그 수준을 떨어뜨리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했다”며 “2014년 포스트 시즌에 처음 진출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털어놨다.◆‘엔런트’의 마케팅 전략은 세심함

16년 경력의 야구기자 출신인 이 사장은 NC 다이노스 창단과 함께 초대 사장에 선임됐다. 올해로 7년차 전문경영인인 그가 생각하는 프로야구단 사장의 역할은 뭘까.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도록 해 구단과 리그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승하면 당장 구단의 가치는 올라가겠지만 팬들이 즐겁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죠. 프로구단이 팬과 함께 호흡해야 하는 건 신생팀이라고 예외일 순 없어요.”NC 다이노스는 창단 때부터 톡톡 튀는 팬 마케팅을 선보이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지역 시민들이 뽑은 ‘경남을 상징하는 대표 기업’ 1위에 올랐다. 이 사장과 구단 직원들의 세심한 마케팅 활동에 감동받은 팬들이 ‘엔런트’(NC와 프런트의 준말)라는 애칭도 붙여줬다.

창단 초 NC 다이노스는 다른 구단 유니폼을 가져오면 공룡 마스코트가 새겨진 티셔츠로 바꿔 주는 이색 이벤트로 화제에 올랐다. 홈 경기에 창원, 마산, 진해는 물론 경남 17개 시·군 주민을 초청하는가 하면 매 시즌 지역 농축산 특산물을 알리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팬과의 소통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과 모바일을 적극 활용한 덕분에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 통틀어 가장 먼저 페이스북 팔로어 10만명을 확보했다.

“구단 직원들을 비롯해 후원사와 용품업체, 언론, 지방자치단체들이 기꺼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노력해 준 덕분입니다. 큰 것보다는 팬들이 원하는 작은 것에 더 집중하는 세심한 마케팅이 주효했습니다.”◆전국구 팬 거느린 야구회사가 목표

이 사장은 3년 전 구단의 영문 이름을 NC 다이노스 베이스볼 ‘클럽’에서 ‘컴퍼니’로 바꿨다. 구단의 지향점이 성적으로 평가받는 경기단체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야구회사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의도로 비쳐질 수 있지만 그보다는 야구를 매개체로 선수와 팬, 그리고 연관된 모든 사람이 즐거울 수 있는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의 다음 목표는 NC 다이노스를 전국구 구단으로 키우는 것이다. 지역 연고 시스템에서 ‘내가 응원하는 두 번째 팀’이란 전략으로 팬층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3년간 가을야구를 치르며 전국 구단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확인했죠. 성적보다 팬들이 원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야구회사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