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vs 하루키…세계 문학 거장들의 신작 맞대결

대선 이후 국내외 유명작가 새 작품 '봇물'

해외작가 인기 순위 1·2위…장편 출간에 서점가 기대만발
'노벨문학상' 알렉시예비치, '맨부커상' 반스도 신작 선보여
황석영 자전적 에세이 '수인', 성석제·김영하는 단편집 내놔
“이데올로기는 당신에게 그것이 말하는 진리가 절대적이라고 확신시키려 한다. 그러나 소설은 모든 것이 상대적임을 보여준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느림》으로 유명한 체코 출신 소설가 밀란 쿤데라가 한 말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부터 촛불 집회, ‘장미 대선’ 등으로 6개월 넘게 이어진 날선 정치적 구호에 지친 독자의 마음을 달래줄 문학 신작이 쏟아진다.3일 출판계에 따르면 문학동네 열린책들 해냄 등 주요 출판사는 오는 9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 직후부터 다음달 말까지 새 문학작품을 줄줄이 출간할 예정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외국 인기 작가의 신작 장편부터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 황석영 성석제 등 쟁쟁한 한국 문학계 거장의 에세이와 소설까지 다양하다. 한출판사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장미 대선으로 독자의 관심이 책보다는 대선 관련 뉴스나 TV토론, 대선 주자가 쓴 책으로 쏠리면서 출판사들이 기대작 출간을 미뤄왔다”며 “대선 이후 국내외 문학계 거물급 작가의 신간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고 인기 외국 작가 1·2위 맞대결

출판계가 가장 주목하는 신작은 이달 말 열린책들이 출간하는 베르베르의 《잠》과 다음달 말 문학동네가 선보일 예정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다. 베르베르와 하루키는 지난해 교보문고가 조사한 ‘지난 10년간 책이 가장 많이 판매된 작가’ 조사에서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다.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혀온 두 신작의 맞대결에 벌써 서점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잠》은 수면에 대한 신비스러운 실험을 하던 중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되며 벌어지는 판타지 소설이다. 열린책들 관계자는 “하루키 소설과 출간일이 한 달 차로 겹치지만 굳이 피해갈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번역과 편집 등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예정일에 맞춰 출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지난 2월 일본에서 출간할 당시 초판만 1·2권 합해 130만권을 찍은 화제작이다. 국내 출판사 간 치열한 판권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출판계는 판권을 따낸 문학동네가 작가에게 지급한 선인세가 2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소설은 아내에게 갑자기 이별을 통보받은 초상화 화가가 불가사의한 일에 휩쓸리면서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려는 내용을 담았다.

유명 문학상 수상작가들의 새 작품도 출간된다.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아연소년들》이 오는 18일 문학동네서 나온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소년병들을 다룬 이야기다. 알렉시예비치는 집필 자료를 모으기 위해 4년간 전쟁 희생자의 어머니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퇴역 군인을 만났다.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소설가 줄리언 반스의 신작 《시대의 소음》도 이달 중순 다산북스를 통해 나온다. 러시아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한 작곡가의 이야기를 담았다. 《오베라는 남자》로 잘 알려진 스웨덴 소설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가제)》도 다음달 중순께 출간된다.

◆황석영·성석제·김영하 신간 출간

중량감 있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황석영은 다음달 10일 자전적 에세이 《수인》(문학동네)을 내놓는다. 베트남전 참전부터 5·18 광주민주화운동, 방북 후 탈옥 등 한국 현대사를 관통해온 작가의 삶과 사유를 털어놓는다.성석제는 다음달 중순께 단편소설집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문학동네)을 선보인다. 원고지 10~30장짜리 단편소설 40여편을 모았다. 3~4문장으로 이뤄진 소설도 있다. 짧은 이야기 안에 풍자와 해학, 사회 비판을 담는 작가 특유의 ‘촌철살인’이 잘 살아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다. 김영하도 그동안 문예 계간지 등에 게재한 단편 7편을 모은 소설집 《오직 두사람》(문학동네)을 이달 말 펴낸다. 7년 만의 단편소설집 신작이다.

이외수는 이달 말 해냄에서 두 권짜리 장편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를 펴낸다.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에 해를 끼치는 사람들을 응징하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애란도 다음달 말 단편소설집(문학동네)을, 시인 박준은 문학동네 임프린트인 난다에서 첫 에세이집을 낸다. TV드라마로 각색돼 주목받은 《뿌리깊은 나무》의 작가 이정명은 오는 15일 은행나무에서 새 소설 《선한 이웃》을 펴낸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