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

5월의 의미 일깨우는 MBC '휴먼다큐 사랑'
‘저 작은 고사리손으로 얼마나 많이 엄마의 발을 주물렀을까.’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인 두 아이의 싱글맘, 최정미 씨의 발을 매만지는 맏딸 은서의 손은 제법 야무졌다. 이 일곱 살 아이는 “엄마는 잠시라도 누워 있으라”며 대신 설거지를 하고, 동생 홍현이를 목욕시키고 밥을 차려준다. 주중에 엄마와 떨어져 어린이집에서 지내야 하는 동안, 은서의 손은 엄마의 손을 대신해 동생을 살뜰히도 돌본다. 그렇게 엄마의 손을 대신하면서도 아이는 엄마한테 잘해준 게 없다고 한다. 아이는 고사리손을 모아 매일 기도한다. 엄마가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늘 함께 지내게 해달라고….

2008년 방영됐던 MBC ‘휴먼다큐 사랑’의 ‘풀빵엄마’ 편을 보면서 필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건 암 투병을 하면서 생계를 위해 풀빵장사를 하고 있는 최정미 씨만이 아니었다. 엄마를 돕겠다며 힘든 내색도 없이 동생을 챙기는 일곱 살 맏딸 은서는 가족이 어째서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도 희망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런 딸을 보며 아파하면서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던 그녀는 결국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풀빵엄마와 아이들이 보여준 사랑의 위대함을.

5월이면 떠오르는 TV다큐가 있다. MBC에서 2006년부터 지금껏 매년 5월마다 방영하고 있는 ‘휴먼다큐 사랑’이다. 가족의 달에 맞춰 기획된 프로그램이지만 첫해부터 엄청난 반응을 얻은 TV다큐가 됐다. 그해 방영된 ‘너는 내 운명’ 편은 가수 이승환이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라는 곡을 쓸 정도로 “인생을 바꾼 다큐”라고 해 특히 화제가 되기도 했다. 투병생활을 하다 결국 저세상으로 가버린 영란씨와 그녀를 잊지 못하는 순수 청년 창원씨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 ‘휴먼다큐 사랑’이 다시 찾은 창원씨는 벌써 그녀가 떠난 지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녀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사랑. 그것은 어쩌면 ‘휴먼다큐 사랑’이 시대가 바뀌어도 우리에게 남은 사랑이 여전한 ‘인간의 증명’이라는 걸 드러내는 대목이 아닐까.사실 ‘휴먼다큐’라는 장르의 제목은 어폐가 있다. 본래 다큐란 항상 사람이 중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MBC ‘휴먼다큐 사랑’에서 ‘로봇다리 세진이’ 편을 찍었으며, ‘아마존의 눈물’ 등 눈물 시리즈 다큐로도 유명한 김진만 PD는 심지어 오지로 가는 다큐에서도 추구하는 방향은 ‘휴먼다큐’라고 필자에게 밝힌 바 있다. 사람이 담기지 않은 다큐란 제 아무리 대단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도 가슴을 울리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남극의 눈물’ 편에서 칼바람이 날아드는 남극의 빙판 위에서 펭귄들이 서로 얼어 죽지 않기 위해 돌아가면서 바람을 막아주는 ‘허들링’을 하는 장면에 대해서도 그는 이렇게 말했다. “펭귄은 허들링을 하면서 버텨내는데, 1000만원짜리 옷을 입어도 버텨내지 못하는 저희는 펭귄만도 못한 거지요.” ‘휴먼다큐 사랑’이 보여주는 건 그래서 그 ‘1000만원짜리 옷’보다 더 따뜻한 인간애다.

5월, 올해도 어김없이 ‘휴먼다큐 사랑’이 돌아온다. 이번 이야기는 소재가 파양,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라고 한다. 다소 무거운 소재이지만 ‘휴먼다큐 사랑’만이 가진 가족애, 인간애의 시각은 그대로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그들의 사랑, 그리고 그걸 보며 먹먹해지는 가슴들. 우리가 인간임을 증명해주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