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해주고 보험 팔고 수십조씩 굴리는데…금융당국 감독에선 쏙 빠진 공제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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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원·군인공제회 등한국교직원공제회 운용자산은 30조원에 이른다. 군인공제회 운용자산도 9조원을 웃돈다. 금융위원회는 이처럼 공제 기구의 덩치가 커지면서 이른바 ‘시스템 리스크’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공제 기구의 부실이 전체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각 공제 기구는 이제부터라도 전문화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금·대출상품 취급하며 사실상 금융社처럼 운영
지급여력·재무건전성 등 금융당국 감독서 제외
부실위험 차단 어려워
공제조합 "상호부조인데 정부 직접간섭 안돼" 반발
◆“사각에 놓인 공제 기구 감독”공제 기구는 사적 자치와 상호부조를 목적으로 설립된 조직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공제 기구는 76개다. 대다수 공제 기구는 조합원 또는 회원이 낸 출자금을 활용해 보험상품을 운용한다.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새마을금고공제 등 규모가 큰 공제 기구는 저축, 대출, 보증 등도 취급한다. 새마을금고공제 등 일부 공제는 비(非)조합원을 대상으로 금융상품도 판매한다.
금융위는 공제 기구가 이처럼 사실상 금융회사 업무를 하는데도 금융당국 관리에서 벗어난 것은 문제라고 보고 있다. 보험회사 등 금융회사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정기적으로 재무실태, 건전성 위험 등을 점검하지만 이들 공제 기구는 관련 법령에 따라 주무부처 통제만 받는다.
교직원공제회는 교육부, 군인공제회는 국방부, 경찰공제회는 행정자치부, 수협공제는 해양수산부가 감독권을 행사하는 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부분 공제 기구는 사실상 감독 사각지대에 있다”고 말했다.금감원은 2013년 우체국보험, 새마을금고공제, 신협공제, 수협공제 등 네 곳에 민간 보험회사와 똑같은 건전성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규정 개정안을 마련했다. 보험상품 판매와 관련해 지급여력비율(RBC), 책임준비금 적립 여부를 점검하고 매년 회계 결산 후 주요 경영실적을 금융당국에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곳을 제외한 대다수 공제 기구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관할부처에 감독·검사를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조차 없다.
◆“부실 대비해 관리·감독하겠다”
이 같은 문제인식에 따라 금융당국은 연내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모든 공제조직의 재무 건전성을 직접 들여다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개정안에는 ‘관할부처와 협의’를 거친 뒤 공제조직이 판매하는 보험 등 금융상품의 적정성은 물론 재무 건전성 지표를 금융당국이 직접 감독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다.금융당국 관계자는 “재무 건전성을 살필 수 있는 전문성 있는 기관이 감독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며 “영국 독일 등 선진국도 공제조직에는 일반 금융회사와 똑같은 감독규제를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제조직 부실화로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결국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며 “사전에 부실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서라도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이달 보험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가급적 빨리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선제적으로 부실 위험을 살피겠다는 금융당국의 생각과 달리 ‘사적 자치’라는 공제의 기본 원칙이 훼손될 것이라는 반론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각 공제조합 및 관할부처의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며 “새 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