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공임대주택, 지자체와 협력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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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팔문 < 화성도시공사 사장 >모레면 새 정권이 들어선다. 대선후보들은 저마다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임대주택은 서민 주거 안정에 필수적인 국가 인프라다. 하지만 적정 물량 확보 과정은 쉽지 않다. 우선 엄청난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하다. 무리하게 추진하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주택 공기업이 엄청난 부채를 안게 된다.
서구 선진국은 보유 물량을 적절하게 조절해 왔다. 공급을 늘리기도 하지만 기존 임대주택을 매각해 보유량을 줄이기도 했다. 과거 영국 마거릿 대처 정부는 전체 주택의 35% 수준이었던 공공주택 재고를 20%까지 줄였다. 유지 관리비 절감을 위해서였다. 미국은 자가주택 확대 정책을 쓰고 있다. 주택저당증권(MBS)에 의한 모기지 방식으로 주택 소유를 장려하고 장기간 갚아 나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집을 판 돈으로 다시 집을 사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양도소득세 이연제’도 운용한다.한국은 주택공영개발(택지지구 지정 방식)을 통한 대량 주택 공급 정책을 펴왔다. 이 중 일부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일을 LH가 맡고 있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재고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가 합리적인 수준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선진국은 대체로 전체 주택의 15% 수준을 유지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차기 정부에서는 현재 6%에서 9%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공급 확대 정책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면 공급 주체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시급하다. 중앙정부 체제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와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공동공급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LH의 천문학적인 부채를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공급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상당수 선진국은 공공주택의 1차 책무를 지자체가 맡고 있다. 중앙정부는 법령, 제도, 기획, 금융지원 등 공급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자체는 실행하는 구조다.
차기 정부는 공공주택 공급 주체를 LH와 지자체로 다원화해야 한다. 시·도에는 대부분 지방도시공사가 있다. 이를 통해 나름의 임대주택 공급을 해오고 있다. 경기도에는 13곳의 기초 지자체가 도시공사를 갖고 있다. 이들 지자체 기관과 주거복지 정책 실행 협력을 강화하면 주거복지 목표 달성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강팔문 < 화성도시공사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