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후회…"구글 · 아마존 그때 샀어야 했는데"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자신을 “어리석었다”고 평가했다. 그것도 자신이 이끄는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한 약 3만명의 주주 앞에서 했다. 구글과 아마존 등 미국 증시를 떠받치는 인터넷, 정보기술(IT)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간과했다는 고백이다.

◆“가장 큰 실수는 구글을 지나친 것” 6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기회가 있었을 때 기술주를 더 많이 샀어야 했다”며 “구글의 탁월함을 미리 알아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버핏의 오랜 파트너인 찰스 멍거 벅셔 부회장도 “기술 분야에서 최악의 실수가 무엇이었느냐고 묻는다면 구글 주식을 사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은 구글을 매입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구글 창업자가 상장 후 투자계획서를 갖고 왔지만 그대로 지나쳤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당시 (구글의 성공을 알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었다. 창업자에게 질문을 하는 방법으로 나 자신을 스스로 교육시킬 수도 있었지만 기회를 모두 날려버렸다”고 말했다.구글 초기에 벅셔 자회사인 보험사 가이코는 구글 광고를 통해 접속한 경우 건당 10~11달러를 구글에 지급했다. 버핏은 “아무 비용을 들이지 않고 단지 클릭 한 번 할 때마다 그 정도 돈을 받는다면 괜찮은 비즈니스”라며 “구글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는 맨 앞자리에 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버핏은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을 사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깨닫기에는 너무 멍청했다(too dumb)”며 자신의 안목을 탓했다. 그는 “아마존 주식을 사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며 “항상 비싸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존경했지만 “이 정도로 크게 성공할지 생각하지 못했다”며 “(베저스의) 탁월한 실행능력을 과소평가했다”고 자책했다.

버핏은 그동안 철도와 에너지, 전력 등 공공인프라와 식음료, 제조업에 집중하면서 기술주 투자는 기피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 1월 두 차례에 걸쳐 애플 주식을 매입, 1억3300만주를 갖고 있지만 버핏에게 애플은 ‘IT기업이 아니라 소비재 기업’이다.버핏은 올 1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도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애플은 아주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확보한 소비재 기업”이라고 말했다. 버핏 자신도 스마트폰이 아니라 구형 피처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IBM 투자 실패도 인정

버핏은 벅셔가 대주주로 있는 IBM에 대해서는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하던 6년 전처럼 기업가치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며 “약간 내리막길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매입한 IBM 주식 8100만주 가운데 약 3분의 1을 올 들어 팔아치운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CNN머니는 벅셔해서웨이가 2011년 IBM에 12억3000만달러를 투자했으나 20%가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버핏은 “IBM은 큰 기업이지만 경쟁자 역시 강력하다”고 말했다. 과거 버핏이 “IBM에 투자했다가 잘못될 가능성은 구글, 애플에 투자했을 때보다 작을 것”이라며 IBM에 신뢰를 보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발언이다. 외신들은 IBM의 클라우드 서비스사업의 최대 경쟁자인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전했다.

버핏은 앞으로 기술주 투자를 늘릴 계획임을 시사했다. 그는 “과거 철강 등 자본집약적인 산업에 투자할 때와 지금은 다른 세계”라며 “자본이 많이 투입되지 않는 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가 성공한다면 훨씬 더 낫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