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로에너지빌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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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에너지의 40%가 건물서 소모오는 9월 서울 노원구에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 121가구가 완공된다. 제로에너지주택 표준모델을 개발하는 국내 최초의 단지다. 에너지 소모와 온실가스 배출은 자동차나 공장에 국한할 것 같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체 에너지 소모량의 40%를 건물이 차지하고 있다. 향후 20년간 비중이 30%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유럽은 2020년까지, 미국은 주거용은 2020년부터, 비주거용은 2025년부터 모든 신축 건물에 제로에너지를 의무화했다. 관련 산업은 2020년 6000억달러에서 2035년 1조4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핵심기술 융합·저비용·국산화 통해
제로에너지빌딩 더욱 확산시켜야
김병수 <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원장 >
한국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6%, 에너지 소비량의 22%를 건물이 차지하는 만큼 ‘제로에너지건축 활성화 추진 방안’을 마련해 2020년부터 중소 규모 공공건물을, 2025년엔 모든 신축 건물을 제로에너지화할 계획이다. 이런 대내외 변화에 따라 제로에너지 주택, 건물에너지 관리시스템(BEMS) 등 다양한 상용화 연구개발(R&D)을 추진했음에도 우리 기술력은 시장 선두인 독일 대비 76% 수준으로 5년의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다. 융·복합 사업화 및 정부 정책 지원 부족 등은 기술 활용·확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이런 난제를 극복하고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로에너지빌딩 핵심 기술의 저비용·국산화가 필요하다. 제로에너지빌딩은 에너지 절감·생산을 위해 도입하는 자재, 기술 및 공법 등이 비용 상승의 원인이 돼 보급에 큰 장애가 돼 왔다. 더욱이 고성능 창호, 외부 단열재 등 국산 건축자재는 가격 경쟁력이 낮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높은 외국산 자재 의존도는 더 높은 초기 투자비용을 야기한다. 국산 기술력 기반의 제로에너지빌딩 보급·확산을 위해 저비용·고효율 건축자재의 전문화 및 국산화가 선행돼야 한다.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R&D와 인프라 조성에 집중해 수입 의존도를 낮춰야 할 필요도 있다.
둘째, 제로에너지빌딩 보급·확대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 에너지 시설비용 보전 방안, 조세 감면, 신재생에너지 설치 지원 등 인센티브 정책과 금융 지원책 등의 마련으로 초기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또 제로에너지빌딩 투자가 향후 편익을 통해 회수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 해소를 위해 실증사업 확대 등 강력한 성능 검증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시장 선도를 위해 정보통신기술(ICT)과 융·복합한 고부가가치 미래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ICT 기반의 신비즈니스를 창출한다. 제로에너지빌딩도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국산 기술 기반의 제로에너지빌딩 운영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사용자 생활패턴 수집·분석 등 빅데이터 기반으로 단열·채광·환기 시스템 등을 최적으로 운영·관리할 수 있도록 요소기술 및 응용기술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 단지 차원의 에너지 운영·관리를 최적화하는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도시 차원으로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이제 제로에너지빌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국이 제로에너지를 넘어 잉여전력 공급이 가능한 ‘플러스에너지빌딩’ 기술까지 확보한다면 기후산업 강국이자 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나라로 변모할 것이다.
김병수 <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