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ELW 헤지 이익에 매긴 2000억 세금은 부당"…대법 "외국계 증권사에 돌려줘야"

CS·BoA메릴린치·골드만삭스 등
세금 반환소송 국세청에 최종 승소
▶마켓인사이트 5월10일 오후 3시12분

크레디트스위스(CS) BoA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가 주식워런트증권(ELW)의 위험 헤지를 통해 얻은 이익에 대해 국세청이 과세한 수천억원대 세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과세 폭탄’을 맞은 이들 증권사는 물었던 세금을 반환받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최근 CS가 “ELW 헤지(위험 회피) 이익에 부당하게 과세한 885억원을 돌려달라”며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2심 역시 원고 측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885억원 중 9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CS와 함께 세금을 부과받은 BoA메릴린치(681억원), 골드만삭스(330억원), UBS증권(327억원) 등이 제기한 세금 반환 소송도 함께 원고 승소가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당초 부과한 세금에 연 5% 이자를 더한 금액을 각 증권사에 돌려주고 있다. 전체 반환 금액은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국세청은 2013년 이들 외국계 증권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여 총 2226억원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이들이 ELW 유동성 공급자(LP) 역할을 맡으면서 입은 손실을 장외 파생상품으로 헤지한 뒤 특정 연도에 손실을 몰아넣는 방식으로 과세를 회피했다는 이유에서다.

LP는 발행사(국내 증권사)에서 ELW를 사들여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매매해 거래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국세청은 외국계 증권사들이 비싼 발행 가격에 ELW를 사들인 뒤 장외 파생상품을 통해 손실이 나지 않도록 헤지를 해놓고도 낮은 시가에 팔아 발생한 손실을 부당하게 손금으로 처리했다고 봤다. ELW 만기에 헤지를 통해 발행가와 시가 간 차액 손실을 만회할 수 있기 때문에 손실뿐 아니라 향후 헤지를 통해 얻을 이익 부분도 미리 과세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실현하지 않은 이익을 미리 과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섰다.

법원은 1심부터 3심까지 줄곧 외국계 증권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원고 측의 회계 처리는 세법 규정에 따른 것으로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외국계 증권사들은 물었던 세금을 돌려받게 됐지만 수난은 이어지고 있다. 국세청은 이들 4곳을 대상으로 수개월째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한 해 동안 얻은 순이익의 대부분을 본사에 송금하는 관행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ELW 시장이 활성화됐을 때는 유동성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이익금을 국내 지점에 남겨뒀으나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어 본사에 송금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