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규제보다 주거 복지에 무게…강남 집값은 계속 오를 것"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전문가 긴급 진단

10년 이상 주기로 움직이는 부동산
임기내에 성과 내려는 정책은 위험

금융규제 더 늘면 내집마련 막는 꼴
공공임대, 도심 위주로 확대해야
부동산 전문가들이 10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건설·부동산 관련 공약과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부동산 칼럼니스트 아기곰(본명 문관식), 조현욱 현대건설 브랜드마케팅팀 부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사회=이정선 건설부동산부 차장

“정치도 통합을 얘기하지만 부동산 정책도 큰 틀에서 모든 시장 참여자가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한국경제신문은 10일 서울 중림동 본사에서 ‘문재인 정부 시대의 부동산 정책’을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김승배 대표,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 부동산 칼럼니스트 아기곰(본명 문관식),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조현욱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 브랜드마케팅팀 부장 등 부동산업계와 학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바람직한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시장은 10년 이상의 사이클로 움직이기 때문에 5년 단임 정권에서 주택시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을 총평해달라.

△조명래 교수=전반적으로 개혁적이라기보다 부동산시장 안정과 지속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본다. 표를 의식한 때문인지 후분양제, 보유세 강화 등 논란이 될 만한 공약은 제시하지 않았다.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한 취지로 이해한다. 다만 통합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그동안 중장기적인 주택 정책이 없었다. 단기적으로 비용이 들더라도 지난 60여년간 이어진 주택 공급주의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의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조현욱 부장=지금 부동산시장은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을 기점으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아파트 공급 물량도 연간 50만가구에서 30만가구 수준으로 줄었다. 이 상황에서 무리한 규제가 들어가면 시장에 예상치 못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새 정부 주요 과제 중 하나가 가계부채 해소지만 주택 구입에 대한 금융 규제는 단계적으로 적용했으면 좋겠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면 중산층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이 힘들어진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새 정부 공약이다.

△박원갑 위원=연간 공공임대주택 17만가구 목표는 바람직해 보인다. 이를 위해선 결국 재원과 땅 확보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임차인들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임대주택을 선호하지 않는다. 결국 도심권에 지어야 하는데 땅값이 비싸다. 이에 대한 더 구체적인 세부 계획과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 또 단기간에 공공임대 물량이 급증해 임대료가 대폭 낮아지면 임대시장이 교란될 수 있다.△김승배 대표=소득에 따라 지급할 수 있는 임대료 수준은 다르다. 공공의 역할은 우선 주거 안전망을 갖추지 못한 최하위 소득계층(1~2분위)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사실 박근혜 정부의 뉴 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나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등은 더 형편이 나은 소득 4~5분위를 대상으로 한 정책이다. 실제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소득 6~8분위 계층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도 공급됐다. 민간 시장에서 자력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계층에 정부가 집을 공급하는 건 재정 낭비에 가까운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다.

△조 교수=정부 차원에서 공공임대가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얼마나 필요한지 등 수요를 정밀하게 분석한 적이 없다. 정부는 또 자가 소유 주택이 늘면 임대로 내놓는 주택이 증가해 세입자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이런 방식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재정 확보도 문제다. 주택도시기금만으로는 힘들다. 임대주택 한 가구를 지으려면 1억3000만원이 드는데 국토교통부가 지원하는 예산은 가구당 1000만원에 그친다. 더 획기적인 예산 배분이 있어야 한다.

▷전·월세 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둘러싼 의견도 분분하다.△박 위원=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은 극약처방이다.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해 일종의 보호막을 씌워주겠다는 것이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집주인들이 제도 도입 전에 미리 임대료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전세 소멸이다. 집주인들은 전·월세 상한제까지 도입되면 전세물량을 내놓지 않고 월세로 전환하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다.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취지는 좋지만 전·월세 급등 지역에 제한적으로 시범 적용한다든지 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기곰=전·월세시장을 분리해 생각할 필요도 있다. 전·월세 상한제와 기존 임대차보호법 상한율은 5%다. 그런데 기존 세입자에겐 적용되지만 새 세입자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되려면 임대차 계약갱신권도 같이 가야 하는 이유다. 기존 세입자는 좋지만 새 세입자는 올라가는 임대료에 대응할 길이 없다.
▷도시재생 뉴딜 정책에 대한 관심도 많다.

△김 대표=도시재생은 민간 시장에 의존해야 한다고 본다. 서울 수도권의 가장 큰 문제는 그동안 압축 성장하면서 마구 지어 놓은 것들을 정비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점이다. 5개 신도시가 조성된 지 30년이 됐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도시 중 하나다. 골목길 재생도 중요한데 이런 사업은 해외 사례를 봐도 공공에서 해결하기 쉽지 않다. 일본도 1990년대 후반 디벨로퍼들의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바꿨다. 도시는 복합적이다. 도심의 활력, 일자리, 지역 고유의 문화, 관광수요 등 종합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큰 틀의 아젠다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 교수=도시재생 정책의 세부 방식은 안 나왔다. 다만 전면 철거형으로 진행되면 뉴타운 복사판이 될 수 있다.

▷올해 말부터 입주대란이 올 것이란 지적이 있다.

△김 대표=이번 새 정부 숙제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올해 입주물량을 따져보면 과거 3년치의 1.8배 정도다. 수도권보다 입주물량이 많은 지방에선 한 번 집이 비면 5년 안에 해결이 안 되는 일도 다반사다. 잔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자금력이 약한 중소형 업체는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 협력업체도 줄줄이 위험해진다. 그동안 균형발전 때문에 내려간 인구가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방 미입주와 연관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새 정부의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조 부장=건설사에서도 걱정이 많다. 내년부터 입주 문제가 발생하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이고 전문건설업체가 줄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조 부장=전반적으로 현재 부동산시장은 상투라고 본다. 그나마 서울·수도권, 부산, 광주, 세종시 정도만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 시장 끝물엔 차별화가 극심하다. 올 하반기부터 새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하고 금융규제가 이어지다 보면 내년께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다만 서울 강남은 공급이 수요에 못미친다. 강남엔 현금자산 10억원 이상 가지고 있는 인구가 5만명에 달하지만 작년 주택 공급량은 5000가구에 그쳤다.△아기곰=강남은 계속 오를 것이다. 부촌이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돈 있는 사람들은 강남에 집을 갖고 싶어 한다. 주택시장이 끝났다고 보진 않는다. 경기는 순환하기 때문에 오르고 떨어지기를 반복할 뿐이다.

정리=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