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민국 보수는 대참회부터 하라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4.03%,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6.76%를 득표했다. 보수를 표방하는 두 정당 후보의 득표율 합계가 30%를 겨우 넘겼다. 역대 대선에서 보수정당이 이렇게까지 참패한 것은 처음이다. 대참회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만큼 성취를 한 것도 기적”이라는 안이한 인식을 드러냈다.

한국당이 패배한 1차 원인은 물론 ‘박근혜·최순실 심판론’이다. 지상파 방송 3사의 대선 출구조사에서 응답자의 75.6%가 “최순실 게이트가 후보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답한 데서 잘 드러난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당의 교만과 무책임에 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4월 20대 총선 당시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막장공천’ 드라마를 써내며 국민을 짜증나게 했다. 책임을 져야 할 친박근혜계는 사과 한마디 안 하고 버텼고, 국가 위기를 자초했다.한국당이나 바른정당 모두 보수 가치가 제대로 정립돼 있는지조차도 의문이다. 보수가치란 공동체를 위한 책임과 헌신, 자유·시장질서·법치 존중, 사유재산권 보장 등을 꼽을 수 있다. 바른정당이 안보 분야를 제외하고는 진보정당과 다를 게 없는 경제정책을 내세우고 있음에도 ‘보수의 희망’으로 불리는 것은 모순적이다. 한국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무참한 패배를 맛보고도 특정인을 맹종하는 인치(人治) 정당, 패거리 정당, 웰빙 정당 행태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한다면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한다. 두 당이 진정한 보수정당임을 자임한다면 이제라도 무엇을 잘못해 왔는지 처절하게 반성하고,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메시지를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