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원더우먼이 '페미니즘 아이콘'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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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9
원더우먼 허스토리
박다솜 옮김 / 윌북 / 464쪽 / 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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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은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소비되고 있지만 원작 만화에서는 모순적인 캐릭터다. 빨간 뷔스티에(브래지어와 코르셋이 연결된 형태의 상의)에 파란 팬티, 빨간 부츠 차림의 노출 많은 차림새를 하고 왜곡된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원작 만화책의 거의 모든 페이지에는 원더우먼이 끈이나 사슬에 묶여 있거나, 수갑이나 족쇄를 찬 장면이 나온다.하버드대 역사학 교수인 질 르포어는 《원더우먼 허스토리》에서 ‘원더우먼이 정말 페미니즘의 표상인가’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원더우먼 원작자인 심리학자 윌리엄 마스턴의 삶을 4년간 파고들었다. 저자는 원더우먼이라는 캐릭터의 이중성이 마스턴의 복잡한 삶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저자는 “원더우먼은 오랫동안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웠지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며 “페미니즘이 원더우먼을 만들었고 원더우먼은 페미니즘을 다시 만들었는데, 이건 페미니즘에서 썩 좋다고만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박다솜 옮김, 윌북, 464쪽, 1만7500원)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