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년새 서비스 일자리 700만개 새로 만들어낸 미국

‘로봇은 생각만큼 일자리를 파괴하지 않는다’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보도가 눈길을 끈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이 수행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술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파괴가 환상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적지 않다는 내용이다. 이게 맞는다면 자동화 인공지능 등이 수많은 일자리를 금방이라도 앗아갈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비관론자들이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대목은 비관론자들의 주장이 맞지 않다고 하는 이유다. 소비가 어디서 일어나는지 살펴보니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ITIF에 따르면 미국에서 2007년 이후 교육, 헬스케어, 사회복지, 레저 등 서비스 분야에서만 약 700만개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고 한다. 로봇의 일자리 파괴를 걱정할 게 아니라, 이들 서비스 분야의 생산성을 어떻게 높일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주장이다.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지시는 ‘일자리위원회 설치’다. 문 대통령은 선거 당시 공공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공약하고,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해 직접 챙기겠다고 한 바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100일 내 즉각적인 일자리 정책을 내놓겠다는 ‘일자리 100일 플랜’을 가동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새 정부를 보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미국 사례가 보여주듯 일자리 잠재력이 가장 높은 곳은 단연 서비스 쪽이다. 그러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국회 통과를 반대한 건 더불어민주당이다. 그것도 일자리가 가장 많이 기대된다는 보건의료를 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자리를 말하려면 먼저 이 모순된 부분부터 정리해야 하지 않겠나.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새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노동유연성 확보 등 관련 규제를 선제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마찬가지다. 야당 때 노동개혁을 반대한 새 정부는 즉각 답을 내놔야 한다. 일자리가 나올 서비스산업을 틀어막고 노동개혁을 반대하면서 국민 세금으로 떠받쳐야 할 공공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고집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