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촛불 정신' 팔며 새 정부 겁박하는 노조·시민단체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시위를 주도한 단체들이 새 정부 출범 첫날부터 각종 요구를 쏟아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등 10여개 단체들은 그저께 논평과 성명서 등을 통해 “촛불집회의 주문이었던 ‘적폐 청산’에 적극 나서라”고 주장했다. 일부 단체는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 대통령’이기 때문에 촛불 민심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새 정부가 좌고우면하며 머뭇거린다면 광장의 촛불은 또다시 타오를 것”이라는 겁박(劫迫)도 서슴지 않았다. ‘우리 덕분에 대통령이 됐으니 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으름장을 놓는 듯하다.

이들 단체가 내건 요구 중에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 적지 않다. 퇴진행동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철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국정교과서 철회와 성과급·교원평가 폐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018년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 등을 요구했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신규 원자력·석탄 발전소 건설 중단과 4대강 보 철거 등을 주장했다. 촛불시위 명분은 ‘최순실 게이트’로 곪아터진 권력 주변 세력의 국정 농단과 비리를 엄중하게 문책하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치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나름의 순수한 동기를 갖고 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정치적 목적을 위한 들러리로 이용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이들은 촛불집회 당시에도 멋대로 정치 구호와 선동을 일삼아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민주노총은 작년 12월 열린 8차 촛불집회에서 내란선동죄 등으로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폭력 시위를 주도해 감옥에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석방하라는 팻말 등을 내걸었다. 노동개혁 철회, 사드 배치 반대 등 온갖 정치적 구호가 광장을 어지럽혔다. 시민들의 집회를 정치 선동무대로 전락시키고, 특정한 목적 달성을 위해 정부를 겁박하는 것이야말로 우선적으로 청산해야 할 적폐일 뿐이다.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