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문재인 정부 '관광정책' 민간에 문 연다

정책 발굴부터 시행까지 민간 협의체 의견 듣기로

정부·기업이 휴가비 지원
한국형 체크바캉스 제도 등 기업 부담 가중 우려도
문재인 정부의 관광정책 추진에 민간 부문의 역할과 참여가 확대될 전망이다. 그동안 정책 개발과 시행에 앞서 공청회 등 형식적으로 이뤄지던 의견수렴 방식에서 벗어나 정책 발굴부터 시행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는 분야별 민간 협의체를 구성해 민간의 역할을 확대한다는 게 새 정부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정부 계획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하향식 방식이 아니라 이해관계자 간 논의를 거쳐 발굴한 정책 아이디어를 정부가 수용, 실행하는 상향식의 관광정책 추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새 정부 관광정책의 핵심 기조는 정책 수혜자인 민간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협의체 규모와 운영방안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선임되는 대로 관광·마이스 등 분야별 민간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책 수립부터 시행까지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이 같은 구상은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소통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평가다. 근로자 휴가권 보장 등 산업계와 노동계를 비롯한 계층 간 갈등이 예상되는 관광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이해당사자 간 충분한 논의와 토론 과정을 거치도록 해 기업 옥죄기 등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사전에 없애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관광분야 핵심 공약으로 관광복지사회 실현을 제시했다. 근로자 휴가권 보장, 노년층과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무장애 관광환경 조성, 그리고 고령친화 실버관광 등 영유아부터 노년층에 이르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여행지원 프로그램 개발 등이 대표적인 정책이다.

전문가들은 선거 전부터 근로자 유급연차휴가 보장, 정부와 기업이 휴가비를 지원해주는 한국형 체크바캉스 제도 등이 기업 부담을 가중시켜 정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더군다나 이전 정부에서 시행 1년 만인 2014년 폐기한 한국형 체크바캉스 제도를 재도입하기로 하면서 정책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정책위 관계자는 “체크바캉스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유급휴가(월1회) 보장제도 등이 기업체 부담을 가중시키는 점을 감안해 먼저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단계적으로 중소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체를 통해 논의할 계획”이라며 “필요한 재원은 전체 정부예산 중 1.75%인 순수 문화재정 비중을 2%까지 늘려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봄·가을 여행주간 등 국내 관광시장 활성화와 외래 관광객 시장 다변화 등 이전 정부 정책 중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들은 계속 이어가거나 확대한다. 국내 여행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여행사, 호텔, 관광버스 등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동시에 관광자원 개발에 따른 지역 경제, 사회, 문화적 파급효과를 평가하는 관광영향평가제도, 그리고 개인이나 기업이 소유한 시설과 유물 등에 대한 권리를 인정해주고 정부 또는 지자체가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국민관광신탁제도 등이 새롭게 추진된다.

이기종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새 정부의 관광정책은 전반적으로 공급 위주가 아닌 수요 중심으로 정책의 범위가 확대됐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지만 국민 복지와 산업 육성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갈등의 소지도 있는 만큼 소통과 협력이 정책 실현의 중요한 키워드가 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