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리는 '을지로위원회'…"현실 외면한 규제 생길까 걱정"

민주당 '재벌 갑질' 막겠다며 설립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상 예정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3월 말 부천시를 찾아 “신세계와 토지매매계약을 재검토 해 달라”고 요구했다. 부천시는 ‘재검토’를 하는 대신 ‘계약 강행’을 추진했다. 반면 신세계는 을지로위원회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위상이 더 높아질 을지로위원회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을지로위원회는 2013년 5월 설립됐다. 민주당은 사회적 약자인 ‘을(乙)’을 지키고 공정하고 차별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이 조직을 신설했다. 새 정부에서 이 위원회 역할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공약 1호가 을지로위원회 격상이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중소벤처기업부(신설) 등 사정기관과 관련 부처를 망라한 범(汎)정부 차원의 조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조직 규모가 대폭 확대되고, 민주당 내에서만 운영되던 조직이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상되는 만큼 그 힘도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기존 을지로위원회만으로도 유통업체들은 부담스러웠다. 위원회는 중소상인적합업종 특별법, 가맹점 불공정거래 개선법 등을 발의했다. 부천 영상문화단지 내 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을 막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CJ그룹의 식자재 유통 진출 과정에서 불거진 중소상인 피해 문제 등 40건에 대해서는 전담 국회의원을 정해 관리하는 등 직접 개입도 했다.

대통령 직속 을지로위원회가 만들어지면 활동 영역을 크게 확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내건 경제민주화 공약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범정부 을지로위원회를 통해 가맹사업, 대규모유통업, 대리점업, 전자상거래 등 고질적으로 갑질 문제가 불거지는 분야를 정조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복합쇼핑몰은 계획 단계부터 입지를 제한하고, 대형마트와 같은 수준의 영업시간 제한을 하겠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를 주요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새 정부가 보여주기식 규제를 대폭 도입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정상적인 사업 활동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