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공값만 6억원 '꿀꺽'…17번홀은 '돈귀신 홀'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나흘간
67개 "퐁당"…10년 만에 최다
올해도 17번홀(파3·사진)의 위력은 대단했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열린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파72·7245야드)의 17번홀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가장 유명한 홀 중 하나다. 연못에 섬처럼 자리 잡은 그린이 골퍼들의 ‘퐁당쇼’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기간에도 나흘간 프로골퍼들의 공을 67개나 삼켰다. 17번홀이 한 해 동안 먹어치우는 공은 12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7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홀까지 거리는 130야드 안팎으로 길지 않다. 하지만 티샷이 조금만 빗나가도 공이 물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승부의 홀’로 불린다. 15일 끝난 이번 대회에서는 최종 라운드까지 67개의 공이 워터해저드로 다이빙을 했다.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10년 전인 2007년에는 역대 최다인 93개의 공이 빠졌다. 2003년부터 올해까지 물에 빠진 공은 701개로 700개를 넘어섰다.올해는 2라운드 핀 위치가 특히 어려웠다. 1라운드는 실제 거리가 122야드였으나 2라운드에서는 핀 위치를 뒤로 조정하면서 거리가 147야드로 늘었다. 이 때문에 1라운드에서 18개가 물에 빠졌고 2라운드에서는 29개로 늘어났다. 다시 거리를 129야드로 줄인 3라운드에서는 물에 빠진 공이 10개로 줄었다. 4라운드에서도 10개의 공이 물속으로 사라졌다. 2라운드에선 잭 블레어(미국)가 세 번이나 공을 물에 빠뜨리면서 이 홀에서 9타를 쳤다. 조던 스피스, 필 미켈슨(이상 미국)의 공도 같은 운명이었다. 짐 퓨릭은 2라운드에서 두 번 물에 빠졌다. 3라운드에서는 비제이 싱(피지)과 벤 크레인(미국)이 두 번씩 고배를 마셨다.

17번홀은 평소 주말골퍼들로부터 더 많은 공을 수집한다. 이 홀이 연간 수확하는 공은 12만 개에 달한다. 타이틀리스트, 캘러웨이 등의 3피스 공 가격(개당 5000원)으로 환산하면 연간 6억원어치다. 중고 골프공 유통업자는 “물에 빠진 공은 세척해 로스트볼로 팔면 개당 1000원씩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스트볼 가격으로 환산해도 1억2000만원어치에 달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