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검사도 자기의견 표출해야" vs "정치판 기웃거리지 마라"

대한민국 검사 이야기 (17) 검찰의 '정치적 중립'

젊은 검사 '정치 소신' 목소리에 고참들 "정치인 되려고?"
검찰 내부 '세대 격차'로 몸살
“검사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면 수사받는 피의자는 수사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부장검사 A씨)

“특정 정당의 이익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면 현직 검사도 사회문제에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죠.”(평검사 B씨)검사의 정치적 의견 표현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를 두고 검찰 내부가 시끄럽다. 임은정 의정부지검 검사(43·사법연수원 30기)를 비롯한 일부 검사가 자신의 의견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 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등에 올리면서다. 임 검사는 지난 15일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검찰이 김기춘 우병우 등 청와대와 조율하며 그 숱한 사건을 정치적으로 처리했다고 의심받고, 이는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며 검찰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특별검사로 수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소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진보적’ 성향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임 검사처럼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밝히는 검사들을 보는 시선은 갈린다. 세대별로 인식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5년차 검사 C씨는 “간부급에서는 검사는 조직의 일원이기 때문에 내부 비판을 할 때도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며 “‘할 말은 한다’는 젊은 검사와 ‘변호사가 돼서 하라’는 간부급 검사의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간부급에서도 할 말은 있다. 정치권으로 진출하고 싶은 젊은 검사들이 조직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명성’을 쌓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한 검찰 고위간부는 “검사하면서 정치적 의견을 밝히는 후배들을 보면 백이면 백 정치권으로 갔다”며 “정치를 하고 싶은 욕망을 표출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검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법으로 규정돼 있다. 검찰청법 제4조(검사의 직무) 2항에는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정치적 중립’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제43조(정치운동 등의 금지)에서는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했다. 검사는 재직 중 △국회 또는 지방의회 의원이 되는 일 △정치운동에 관여하는 일 △금전상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일 △법무부 장관 허가 없이 보수를 받는 직무에 종사하는 일 등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정치적 의견을 밝히는 정도로는 정치적 중립성을 해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30~40대 젊은 검사들 사이에서 나온다.검사의 정치적 성향을 판단하는 국민의 시각에도 오해가 많다는 게 검사들의 설명이다. 가령 ‘공안부는 보수 성향’ ‘특수부는 친(親)정치권’이라는 식이다. 한 공안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안 검사라고 다 보수 성향은 아니다”며 “인사에 정치적 성향을 고려하는 건 군사정권 시절 얘기”라고 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