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손바닥 대니 결제 끝…이런 편의점 처음
입력
수정
지면A2
롯데카드, 세계 최초 정맥인식 '핸드페이' 서비스과자와 도시락 등을 골라 계산대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렸다. 벨트가 움직이자 ‘360도 스캐너’가 상품의 바코드를 인식했다. 스캔이 끝난 뒤 옆에 있는 ‘핸드페이’ 인식기에 손을 가져다 댔다. 결제 끝. 세븐일레븐이 16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국내 첫 스마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열었다. 계산대 직원 없이 롯데카드의 생체인식 결제 서비스인 핸드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핸드페이가 편의점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 '스마트 편의점' 세븐일레븐
정맥 등록한 롯데카드 회원 누구나 입장·결제 가능
무인 계산대에 상품 놓으면 바코드 자동 인식·가격 계산
냉장설비도 AI기술 적용
소비자 가까이 가면 열리고 멀어지면 저절로 닫혀
세계 최초 정맥인식결제 상용화핸드페이는 생체인식 중에서도 정맥을 활용해 신원을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롯데카드 측은 정맥인식 기술로 결제수단을 상용화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라고 했다. 작년부터 부산은행 신한은행 등 금융권에서 정맥인증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시범운영하고 있지만 결제수단으론 핸드페이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핸드페이는 사람마다 다른 정맥 혈관의 굵기와 모양, 선명도 등을 패턴으로 인식한다. 해당 패턴과 대응하는 신용카드로 상품값을 결제한다. 롯데카드 회원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처음 이용할 때 정맥 등록만 하면 된다. 매장 앞 등록기에서 손바닥과 롯데카드를 인식시키면 손바닥 정보가 암호화된 난수값으로 변환돼 롯데카드 시스템에 등록된다.정맥인식은 홍채·지문인식에 비해 보안에 강한 것이 장점이다. 복제하기 쉽지 않고 패턴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명재선 롯데카드 상무는 “정맥 정보를 암호화한 뒤 조각조각 나눠 저장해 보안 안전도가 높다”며 “일부 해킹되더라도 전체 생체정보를 복원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정맥인식을 거친 방문객만 입장할 수 있다. 도난 등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손바닥을 인식기에 접촉하지 않고 약간 거리를 두는 비접촉 인식이어서 지문인식 등 접촉 인식에 비해 위생 걱정도 덜하다고 했다.
매장에는 무인 계산대도 들였다. 상품을 올려놓기만 하면 자동으로 바코드를 인식해 가격을 보여준다. 무인계산대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했다. 김영혁 코리아세븐 본부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 옆으로 뉘어져 있는 상품 등은 인식률이 떨어진다”며 “인식을 거듭할수록 정보가 축적돼 정확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매장 폐쇄회로TV(CCTV)는 방문객의 동선을 인식한다. 방문객이 매장에서 머무는 시간과 선호하는 매대 위치 등을 정보로 저장해 활용할 수 있다. 가격표도 전자 가격표를 사용해 본사에서 가격을 한꺼번에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전자동 냉장설비도 갖췄다. 방문객이 가까이 다가가면 냉장고 문이 열리고 멀어지면 닫힌다. 기존 전력 소모량 대비 30%가량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담배는 스마트 자판기를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정맥인식을 거치면 자동으로 성인인증이 되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구매를 막을 수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기다리는 단계다. 매장에는 계산원은 없었지만 근무자 3명이 있었다. 매장 청결 관리와 상품 발주·진열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롯데마트·백화점으로 확대 계획
롯데는 이 매장을 스마트 기술 테스트베드로 삼을 계획이다. 스마트 설비를 시험해 보고 단점을 개선해 롯데그룹 다른 계열사에도 도입하는 방식이다. 매장에서 축적한 소비자 행동정보 등의 빅데이터는 그룹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당장 핸드페이부터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등 그룹 내 유통채널로 보급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에 있는 롯데마트 지점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본부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시스템을 정비해 나갈 것”이라며 “편의점에서 껌을 사거나 백화점 명품백을 사거나 손바닥만 갖다 대면 결제가 끝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빈/김순신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