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끊은 문 대통령…측근들, 줄줄이 2선 후퇴

양정철 "제 역할은 여기까지"…문 대통령, 눈물 보이며 수용
이호철, 대통령 취임날 출국…전해철, 입각 가능성 낮아져
최재성 "인재가 넘치니… "
양정철 전 비서관(왼쪽부터), 이호철 전 수석, 전해철 의원, 최재성 전 의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 인사들이 잇따라 ‘2선 후퇴’ 의지를 밝히며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참모 출신인 ‘3철(양정철 전해철 이호철)’ 중 한 명인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은 16일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그분과의 눈물 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한다. 제 역할은 딱 여기까지”란 글을 남겼다. 그는 이어 “나서면 ‘패권’, 빠지면 ‘비선’, 괴로운 공격이었다”며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만찬에서 양 전 비서관의 뜻을 재확인하고 눈물을 보이며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이호철 전 민정수석도 문 대통령 취임날인 지난 10일 주변 인사들에게 보낸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자유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며 출국했다. 이 전 수석은 “‘3철’은 범죄자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힘들고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곁에서 묵묵히 도왔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자발적인 2선 후퇴는 측근 정치란 일각의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면서 문 대통령에게 탕평인사와 통합정치의 공간을 열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 당내의 패권주의 비판에 대해 “고래도 얕은 물에 갇히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털어놓곤 했다. 고래는 ‘개혁과 혁신’, 얕은 물은 ‘패권주의 비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들과 함께 ‘3철’로 꼽혀온 전해철 의원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법무부 장관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전 의원은 측근 인사의 자발적 퇴장 등 분위기상 입각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신(新)친문(친문재인)계의 대표적 인사로 꼽힌 최재성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인재가 넘치니 (저는) 비켜 있어도 무리가 없다”고 2선 후퇴 대열에 합류했다. 최 전 의원은 대선 기간 캠프 인사 영입을 주도했고, 문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사무총장 등을 맡아 당내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공격을 막아내며 ‘문재인 호위무사’로 통했다.

대선 기간과 취임 후까지 문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수행한 김경수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선출된 지 1년도 안된 초선 의원이 국회를 떠나는 것은 지역구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내주께 본업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 의원은 문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인사로 꼽힌다. 또 다른 ‘친문계’인 박남춘 의원도 행정자치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군에 거론되지만 “공직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뜻을 주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