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의 정치세계] 민주당이 열린우리당 전철 안밟고 100년 정당 되려면

-민주당 100년정당 가동 들어가…민생진보 주도세력화 추진
-열린우리당도 100년 정당 내걸었으나 3년9개월만에 간판 내려
-성공의 조건은 국민통합과 겸손한 자세…싸가지 있는 정당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출범에 맞춰 집권정당으로의 체질 개선을 위한 ‘100년정당·100일 플랜’ 가동에 들어간다고 한다. 조만간 당 싱크탱크 산하에 태스크포스(TF)도 설치키로 했다.김민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은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문재인 정부가 정권교체를 넘어 성공적 국정운영 및 통일주도 세력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겸손하고 책임있는 집권당으로의 대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당의 지혜를 모아 ‘100년 정당·100일 플랜’을 최단시일내 만들어내고 국민께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민주당·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안정적 국정운영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 국민 친화적 개헌, 그리고 나아가 통일까지 이르는 민생진보 세력의 주도세력화가 필요하다”며 “이런 과제를 종합적으로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안정적인 주도정당의 탄생”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미니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의 5년 국정운영 계획 로드맵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되는 7월초 이전에 당 차원의 플랜을 완성해야 한다는 복안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집권 마인드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당의 변화 뿐 아니라 정당활동 방식 구조를 포함, 제도 개선까지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의 지적이 100% 맞다. 집권 마인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작금의 정치상황을 보면 혼란스럽기만 하다. 여당은 여당다워야 하고 야당은 야당 다워야 한다. 그게 정치의 기본이다. 그래야 여야의 협상이 가능하고 그 과정을 통해 정치가 발전한다. 생산적인 여당과 건강한 야당이 있어야 정치가 건강해진다. 무엇보다 야당이 문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여당인지 야당인지 구분이 안간다. 대선에서 참패한 뒤에도 자성조차 없다. ‘난파선’에서 서로 키(당권)를 쥐겠다며 싸우는 형국이다. 향후 진로는 놓고 ‘바퀴벌레’ ‘머리통을 깨야’ 등의 저질 언어가 난무한다. 도대체 어디까지 망가지려고 하는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여당인 민주당이 혁신에 나서겠다니 다행이다. 당연히 바뀌어여 한다. 혁신에 나서는 여당도 명심할 게 있다. 100년 정당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열린우리당도 100년 정당 건설을 내세웠지만 3년9개월만에 간판을 내렸다. 민심이 등돌리자 스스로 간판을 내렸다. 국민통합을 외치며 창당한 열린우리당이 간판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을 통합하기는커녕 편을 가르고 분열시켰기 때문이다. 이어 치러진 대선에서 참패했음은 물론이다.

100년 정당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여당이 여당 다워야 한다. 과거 집권시 야당 같은 여당의 모습을 되풀이 하면 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적지않다. 여당다운 여당의 기본자세는 가진자 입장에서 양보하고 타협하는 것이다. 과반의석을 가졌다고 국가보안법 사학법 등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려다가 망가졌던 우를 되풀이 해선 안된다. 물론 지금은 밀어붙일 힘조차 없긴하다.

정치싸움에 국민이 뒷전이 돼선 곤란하다. 민심과 따로노는 정치는 망하는 지름길이다. 어떻게 망가지는 지는 열린우리당이 잘 보여줬다. 민주당에 있는 많은 정치인들이 그 당시 그 자리에 있었다.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당시 말로 ‘싸가지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싸가지’ 얘기가 나오는 것은 국민이 등을 돌렸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국민을 니편 내편으로 편가르기 해선 곤란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통합의 대통령을 약속한 것 처럼 민주당도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절반 이상의 국민을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 지지율 41.1%는 좀 더 낮은 자세로 협치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문 대통령의 조각은 그런 의미에서 첫 시험대다. 탕평인사를 했다는 평가를 받을 지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국가 안보와 외교를 놓고 동맹파와 자주파가 충돌했던 과거사가 되풀이돼선 안된다. 안보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다. 외교 안보 핵심라인 인사를 놓고 문 대통령이 고민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가 아닌가 싶다. 고민은 거듭하되 중요한 것은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좋은 결론이다.

이재창 정치선임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