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화유산 살린 군산처럼…매년 100곳씩 낡은 도심 '재활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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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조 '도시재생 뉴딜' 시동전북 군산시는 자체 예산과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중앙부처 국비 840억원을 들여 2014년부터 월명동 영화동 일대에서 도시재생사업을 벌였다. 개항기 유산을 활용해 테마가로를 조성했다. 디자인 특화 건물을 짓고 해양공원도 만들었다. 지역 건물주들은 임차인과 상생조약을 맺어 3년간 보증금 200만원, 월세 20만원 이하로 상가를 임대했다. 이에 힘입어 2013년 22만 명에 불과하던 지역 박물관 관광객이 지난해 102만 명으로 늘어났다.
범정부 도시재생기획단 설립
국토부부터 주택기금·농림·환경부까지 참여
재개발 멈춘곳·옛 관공서·공장부지 등 개발
증세 불가피…지역별 예산 나눠먹기 우려도
향후 5년 동안 이 같은 도시재생업이 전국에서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 부처가 실무 전담기구인 도시재생기획단을 설치하기로 함에 따라 도시재생사업은 문재인 대통령 재임기간 내내 추진할 중점 과제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막대한 사업비를 국비와 기금으로 대부분 충당하는 현재 사업구조로는 재원 조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범부처 도시재생기획단 설립
도시재생기획단은 국토부 주택정책과 주택기금과 주택정비과 도시재생과 지역정책과 도시경제과 하천계획과 등 도시재생사업과 관련이 있는 부서를 망라한다. 행정자치부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도 참여하게 된다. 기획단은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다 중단된 곳, 오래된 전통시장 또는 옛 공공청사·역사·공장 부지, 쇠락한 상권 등 도시 안에 방치된 곳을 사업대상지로 선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우선 중복된 사업의 교통정리에 나설 전망이다. 국토부 등 정부가 진행하는 도시재생사업은 다양하다. 국토부는 부산 영도구 등 근린재생형 사업 15곳과 청주 등 경제기반형 사업 3곳에 2021년까지 국비와 주택도시기금, 지방비를 합쳐 2조3200억여원을 투입하기로 한 상태다.주거취약지역 지원사업인 새뜰마을사업도 하고 있다. 농식품부 예산으로 국토부가 추진 중인 사업이다. 재개발 사업 해제지, 산간 달동네, 공단 배후지, 폐광지 등이 대상이다. 올해엔 강원 태백시 소도동, 인천 동구 만석동, 서울 금천구 시흥5동 등 전국 16곳이 선정됐다. 한 곳에 30억~50억원을 향후 4년간 투입한다. 이곳 외에도 지난 2년간 50여 곳이 별도로 선정됐다.
지역수요 맞춤지원 사업도 펼치고 있다. 이는 국토부와 행자부가 2014년 지정한 70개 시·군 도시재생사업이다. 내용은 새뜰마을 또는 근린재생형사업 등과 거의 비슷하다. 지난 2년간 경북 영양군, 전북 장수군, 강원 영월군 등 48곳을 선정해 최대 20억~30억원을 지원했다. 올해도 20곳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기획단은 또 지난 3월 국무총리실 산하 도시재생특위에서 세부계획을 수립했거나 수립 중인 430여 곳의 중복지원 여부 등에 대해서도 재검토할 예정이다. 이는 주로 1~2개 행정동으로 이뤄진 사업지다.◆관건은 재원 조달
문제는 재원과 방법이다. 매년 국비 2조원, 주택도시기금 5조원, 공기업 자금 3조원 등을 투입하겠다는 공약 실현 계획에 대해선 국토부 내부에서도 회의적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도시재생사업에 기금 지원을 늘리면 기금 구조상 임대주택 건설 및 지원, 주택자금 대출 등이 줄어들게 된다. 재생사업을 담당하는 도시계정은 주택계정 전입금이 주 재원이다. 기금 주택계정은 올 한 해 지출 기준으로 22조5440억원에 달한다.
반면 도시계정은 650억원으로 미미하다. 사업구조를 어떻게 짜도 아랫돌(주택계정) 빼서 윗돌(도시계정)을 막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기금 여유자금도 15조원 수준이어서 이를 전부 투입한다고 해도 공약 실현은 불가능하다. 결국 공약을 실현하려면 증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국토부 실무부서 담당자는 “(공약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실현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기존에 지역별로 20억~50억원을 지원하던 여러 사업이 ‘도시재생’으로 이름만 바꿔 규모를 키우면 향후 정부 재정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도시재생사업은 민간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역 간 나눠 먹기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