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 성공 제1의 조건 '믿고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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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역대 경제팀 수장들은 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성공을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대통령의 신임’을 꼽았다. 대통령이 경제정책만큼은 부총리에게 전권을 맡겨야 한다는 의미다. 청와대 경제 참모가 부총리 위에 군림하며 전면에 나서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서울대, 역대 경제팀 수장 11명 심층 인터뷰
"정책 자율성·인사권 줘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리더십연구센터는 역대 경제부총리 11명의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부총리의 역할 재조명’ 보고서를 19일 펴냈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이 보고서의 인터뷰에는 김영삼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경제부처 수장을 맡았던 장관들이 참여했다. 인터뷰는 실명 비공개를 전제로 진행됐다.부총리들은 대통령의 신임이 인사권이나 예산권, 정책조정 능력보다 성공적인 직책 수행에 더 중요하다고 봤다. 이명박 정부에서 기재부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대통령의 신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이라면 부총리 개인의 업무능력은 30, 예산권은 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병섭 서울대 교수(국가리더십연구센터장)는 “역대 부총리들이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신임 여부를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생각했다는 방증”이라며 “차기 경제부총리로 누구를 임명하더라도 믿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대 부총리들은 국무총리와의 관계에 대해 “경제부총리와 총리가 경제정책 조정 권한을 나눠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2인자’인 총리의 역할은 사회정책이나 경제·비경제 부처 간 이해를 조정하는 데 국한돼야 한다는 견해다. 부총리들은 또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가 정책의 전면에 나서지 않도록 부총리에게 충분한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