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돌아온다…30년 전 그때 그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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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일 데뷔 30주년 콘서트 여는 변진섭“마약보다 중독성이 강한 게 사랑이라고 하잖아요. 고교 2학년 때부터 제겐 음악이 사랑 같은 존재였습니다. 소중한 팬들의 사랑 덕분에 35년째 계속 음악에 중독돼 살고 있습니다. 하하.”
변진섭의 희망사항이요?
지금 이대로~30년 더 노래할래요
‘발라드의 왕자’ 변진섭(51)이 올해 가수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18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를 찾은 그는 가수 인생 30년을 함께해온 팬들 얘기부터 꺼냈다. 오는 7월1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여는 ‘30주년 변진섭 콘서트, 타임리스(Timeless)’도 그를 변함없이 사랑해준 팬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했다.“경희대가 모교이기도 하지만 공연장인 평화의전당은 30년 전 가수로서 팬들과 처음 만난 곳입니다. 많은 분이 마음속 보석상자를 꺼내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려보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서울에서 태어난 변진섭은 학창시절 말 그대로 ‘범생이’였다. 초·중·고교 땐 반에서 1~2등을 놓친 적이 없었다. 그랬던 그가 고2 때 음악에 푹 빠진 건 “몸과 마음이 격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하고, 합주실과 작은 공연장을 오가며 연주하고 노래했다.
“음악에 빠지니까 공부가 안되더군요. 영어 공부하라고 부모님이 사주신 워크맨으로 음악만 들었습니다. 고2 때 성적이 뚝 떨어졌죠. 그래도 대학은 가고 싶었어요. 대학가요제에 나가야 했으니까요. 하하.”
경희대 밴드 ‘탈무드’의 합주실은 그가 대학 입학 후 강의실보다 먼저 찾은 곳이다. 탈무드 메인 보컬로 활약하던 변진섭은 대학 4학년이던 1987년 MBC 신인가요제에서 ‘우리들의 사랑이야기’로 은상을 받으며 가요계에 데뷔했다. 이듬해 ‘너에게로 또다시’를 타이틀로 발표한 앨범 ‘변진섭 1집’은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 음반 판매량을 공식 집계한 이후 처음으로 ‘밀리언셀러’(100만장 판매)를 기록했다. 그는 이 앨범을 시작으로 연타석 대박 행진을 벌였다. 3년 연속 골든디스크 대상과 공중파 3사의 ‘가수왕’ 등을 싹쓸이했다.“당시엔 팬이란 스타를 따라다니는 트렌드쯤으로 생각했어요. 가는 곳마다 열광해주는 팬, 반겨주는 관계자들, 집안 곳곳에 넘쳐나는 트로피를 보면서 그런 인기와 영광이 당연한 듯 살았던 것 같습니다.”
변진섭이 팬들의 소중함을 깨달은 건 슬럼프에 빠졌던 2000년대 중반부터였다. 1999년 9집 발매 후 5년간의 공백기를 보내고 2004년 야심차게 10집을 발표했지만 반응이 시원찮았다. 그는 “그땐 음악을 그만두고 형님이 있는 미국으로 가서 다른 사업을 해볼까 하고 고민할 만큼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 역시 팬들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촉매제가 됐다.“미니홈피(싸이월드)가 유행할 때였어요. 우연히 미니홈피를 개설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팬이 하나둘 모이더니 수천 명을 훌쩍 넘어선 거예요. 격려 메시지가 넘쳐났습니다. 저를 변함없이 사랑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닫게 된 거죠.”
그때부터 그는 인기와 부를 좇지 않았다고 한다. 행복한 가수로 사는 법을 알았기 때문이란다. 팬카페 ‘진섭세상’에서 활동하는 ‘정예 팬’ 수만 3000명을 넘는다. 그는 “팬들이 직접 마련한 자리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며 “팬카페 회원들과 자주 캠프 여행도 떠난다”고 말했다.
부인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 싱크로나이즈드수영 선수 출신인 이주영 씨와 결혼한 그는 고2와 중2인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이씨는 싱크로나이즈드수영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아내는 늘 저를 믿어줍니다. 결혼하고 나서 부족했던 경제관념도 생겼습니다. 주식과 부동산,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까지 다양한 분야에 분산 투자하고 있습니다.”
변진섭은 이번 콘서트에서 ‘변진섭표’ 감성 발라드는 물론 후배 뮤지션들과 록, 랩, 힙합,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의 깜짝 합동 공연도 선보인다. 30주년 기념 콘서트는 7월1일 서울 메인 공연(1회)을 시작으로 내년 5월까지 전국 20여 곳에서 연다.“30주년 기념 앨범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팬을 포함한 일반인과 신예 음악인 등을 대상으로 가사와 곡을 공모해 한두 곡 담으려고 합니다. 팬과 호흡하며 계속 그들을 위해 노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30년간 더 말이죠.”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