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5200명 문재인식(式) 정규직 전환

회원 유치·AS 자회사 신설
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를 설립해 하청 대리점 직원 5200여 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한다. ‘비정규직 철폐’를 앞세워 하청·협력업체 근로자까지 원청업체의 정규직 전환을 독려하고 있는 ‘문재인표 고용정책’이 민간기업에 구현되는 첫 사례다. 졸지에 폐업 위기에 몰린 대리점주들은 “대기업 계열사 하나를 세우자고 중소기업 100개를 없애는 것이냐”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23일 이사회를 열어 회원 유치와 인터넷망 설치, 사후서비스(AS)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가칭 SKB서비스) 설립을 의결한다. SKB서비스 사장으로는 유지창 인프라부문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SK브로드밴드는 현재 가정 담당 81개, 기업 담당 22개 등 103개 대리점과 업무 위탁 도급계약을 맺고 있다. 각 대리점은 고용 인원 20~100명 선의 독립 법인이다. SKB서비스는 대리점에 소속된 직원 5200여 명을 모두 직접 채용할 계획이다.

해당 근로자들은 현재 SK브로드밴드 대리점 소속 정직원이며 정부 통계상 비정규직(계약직 파견직 등)이 아니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런 원·하청 관계를 원청의 ‘간접고용’이라며 원청의 직접고용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계 의견을 반영해 간접고용 해소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가 하청업체 직원 1만여 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나선 게 대표적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