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거인에 도전"…창의력 앞세운 '다윗' 오버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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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 어워드 에이전시상' 오버맨 장승은 대표
파고다학원·G9 광고 등 한 번 봐도 기억나게 제작
광고주 비용 줄이고 매출↑…성과 확실하니 업계 입소문
"광고로 쓱닷컴 제칠 것"

이 회사가 기획한 파고다어학원 광고 캠페인은 엉터리 중국어 유행어로 스타가 된 배우 정상훈과 중국어 강사 장위안을 모델로 대비시켜 ‘들어갈 땐 정상훈, 나올 땐 장위안’이라는 카피로 화제가 됐다. 통상적인 TV광고의 5분의 1 수준인 5억4000만원 정도의 매체비만 썼는데도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이 광고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광고제 에피 어워드 코리아에서 ‘투자 대비 효과(ROI)’부문 은상을 탔다.

오버맨을 설립한 장승은 대표(사진)는 원래 대형 광고회사 TBWA코리아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 2015년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던 중 한 구절이 그의 가슴을 울렸다. “단기적 행복을 좇는 ‘라스트맨(last man)’이 되지 말고, 진정한 행복을 찾는 ‘오버맨(overman)’이 돼라”는 내용이었다.
장 대표는 “광고는 평판비즈니스”라고 정의했다. 성과가 확실하게 나면 평판을 타고 광고주들이 인정해준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빵이 맛있는 빵집은 망하지 않는다”며 “확실한 성과를 내기 위해선 광고주와 소비자 관점에서 각각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지마켓의 G9캠페인을 예로 들었다. 새로운 쇼핑서비스를 내놨지만 거래액이 늘지 않은 게 G9의 고민이었다. G9캠페인을 맡은 뒤 장 대표는 소비자 인터뷰부터 시작했다. 연령대와 성별이 다른 소비자들을 만나 온라인 쇼핑 인식을 조사했다. 소비자들은 표시된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이 다를 때 가장 큰 불만을 느꼈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장 대표는 G9 측에 “표시가격과 구매가격을 일치시키자”고 제안했다. 사업부에서 이를 받아들여 상품 소개 페이지를 개편했다. 오버맨은 광고에 이 점을 중점으로 내세웠다. ‘상술을 버리다. 상식을 채우다’라는 카피가 나왔다. 캠페인 집행 후 G9 거래액은 561% 급증했다.◆미즈노 광고는 유럽 수출
오버맨은 지난달 에피 어워드 코리아에서 제일기획 등과 나란히 ‘올해의 에이전시’상을 받았다. 독립 광고회사가 이 상을 탄 것은 처음이다. 장 대표는 “올해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광고를 내놓는 게 목표”라며 “특히 온라인쇼핑 부문 경쟁자인 쓱닷컴 광고를 꺾고 싶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