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사람간 대립을 사색을 통해 표현하는 예술"

중국《허삼관 매혈기》작가 위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냉각됐던 한·중 관계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발전적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봅니다.”

23~25일 열리는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중국 작가 위화(57·사진)는 22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허삼관 매혈기》 《형제》 등으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중국 대표 작가다.위화는 “한국이 중국 특사를 보낸 것을 베이징에서도 연일 중요 사건으로 보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 문제가 사라진 건 아니기 때문에 양국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도 “중국과 한국은 북한을 포함한 동아시아 4개국 중 가장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국 우선주의, 개인주의가 횡행하는 시대에 문학의 역할을 그에게 물었다. 위화는 “나와 다른 사람 사이의 차이, 대립을 문학에서 표현해내는 게 작가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과 신속성으로 승부하는 신문과 달리 문학은 상대적으로 현실에서 거리를 두고 너무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정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장기간 걸친 사색을 통해 문학 예술이 이뤄진다고 본다”고 했다.

위화는 정부 검열로 갈수록 척박해지는 중국 출판 환경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 내 검열이 어떤 이유나 배경도 없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내가 쓸 작품이 중국에서 정상적으로 출판될지 자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중국 사회의 도덕성 상실 등을 날카롭게 지적한 산문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중국에서 출간되지 못했다. 과거에는 소설이란 특성을 활용해 ‘5월35일식 글쓰기(6월4일 발생한 톈안먼 사건이 발생한 날짜를 가상으로 설정하는 방식으로 현실을 에둘러가는 글쓰기)’가 가능했지만 이젠 그런 것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중국발(發)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을 묻자 그는 “한국의 대기 오염 문제에서 중국이 자유로울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특수한 경로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물과 음식을 먹는 중국 지도자들은 오염된 공기만큼은 민중들과 함께 ‘공평하게’ 마시기 때문에 대기질 개선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믿어도 된다”고 재치있게 답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