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와 메시를 떠올리며… `이승우-조영욱`의 신태용호 16강 선착

▲ 아르헨티나전에서 적극적인 돌파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조영욱(사진 = 대한축구협회)개최국의 이점을 감안하더라도 아르헨티나라는 축구 강국을 물리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세계 축구팬들이 주목할 뉴스였다. FIFA가 주관하는 주요 대회 중 하나인 20세 이하 남자월드컵을 통해 아르헨티나는 통산 6회 우승에 빛나는 전통 강호다.이 대회를 통해 디에고 마라도나, 후안 로만 리켈메, 파블로 아이마르, 리오넬 메시, 세르히오 아게로 등 아르헨티나가 자랑하는 전설적인 선수들이 배출됐다는 것만으로도 아르헨티나는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산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대를 맞아 신태용호는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준비한 실력을 맘껏 뽐냈다. 간판 골잡이 이승우는 마라도나 혹은 리오넬 메시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신태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20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23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A조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 간판 골잡이 이승우, 백승호의 2경기 연속골 맹활약에 힘입어 2-1로 승리를 거두고 16강 진출권을 시원하게 따냈다.지난 토요일(20일) 기니와의 개막전을 멋지게 3-0 승리로 장식한 신태용의 아이들은 그 여세를 몰아 아르헨티나마저 주저앉혔다. 잉글랜드와의 첫 경기에서 0-3으로 충격패를 당한 아르헨티나는 벼랑끝에 몰린 듯 이를 악물고 한국을 상대했다. 수비라인을 과감하게 밀고 올라오며 거친 압박수비를 펼친 것이다. 그런데 이 양상을 신태용 감독이 충분히 예상했다는 듯 여우처럼 능청맞게 기다렸다가 역습 전술을 제대로 꺼내들었다. 경기 시작 후 18분만에 그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왼쪽 측면으로 역습을 전개하는 종 패스가 뻗어나갔고 조영욱이 슬쩍 흘려준 공을 향해 에이스 이승우가 달려나갔다.약 40미터 가량을 빠르게 치고들어간 이승우는 좀처럼 흉내내기 힘든 꺾기(방향 전환) 드리블 실력을 뽐냈다. 아르헨티나 수비수 세네시를 따돌리는 그 순간이 압권이었던 것이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 드리블을 해낸다는 사실만으로도 현역 최고의 드리블러 중 하나인 리오넬 메시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상대 골키퍼 프랑코 페르톨리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왼발 칩킥으로 멋진 골을 성공시켰다. 과정부터 마무리까지 이승우의 이름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각인시키는 완벽한 작품이었다.이렇게 승기를 잡은 한국은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더 조급해진 아르헨티나 수비진을 상대로 그 뒤쪽 공간을 정확히 노렸다. 39분에 우리 수비 지역에서 길게 넘겨준 공을 따라 조영욱이 재치있게 파고든 것이다. 아르헨티나 수비수 세네시와 골키퍼 페르톨리 사이에 떨어진 공을 향해 달려든 조영욱은 마치 디에고 마라도나의 20살 시절을 떠올릴 정도로 저돌적이었다. 상대 골키퍼 프랑코 페르톨리와 큰 충돌을 일으키는 순간이었지만 조영욱은 두려움 없이 반 박자 빠른 헤더를 감행한 것이다. 그 충돌 순간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리고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조영욱과 페르톨리 두 선수에 대한 응급 처치 시간 이후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백승호는 상대 골키퍼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왼쪽 구석 낮은 곳으로 정확하게 인사이드킥을 차 넣었다. 아무리 20세 이하 대회라고 하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아르헨티나를 궁지에 몰아넣는 분위기는 너무나 놀라운 경험이었다.비록 아르헨티나가 후반전에 교체선수를 과감하게 기용해 마르셀로 토레스의 오른발 만회골(50분)을 터뜨리며 그라운드를 긴장시켰지만 신태용의 아이들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든든하게 승리의 기운을 끝까지 지켜냈다. 쓰리백 중 한쪽을 맡은 키다리 수비수 정태욱의 결정적인 커버 플레이와 골키퍼 송범근의 슈퍼세이브 덕분이었다. 이로써 한국은 B조의 베네수엘라와 함께 나란히 16강에 선착하는 기쁨을 누렸다. 반면에 아르헨티나는 기니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한 뒤 조 3위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4팀에게 돌아가는 와일드카드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FIFA U-20 월드컵 A조 결과(23일 오후 8시, 전주성) ★ 한국 2-1 아르헨티나 [득점 : 이승우(18분,도움-조영욱), 백승호(42분,PK) / 마르셀로 토레스(50분)] ◎ 한국 선수들 FW : 이승우, 조영욱, 백승호(72분↔임민혁) MF : 윤종규, 이상헌(52분↔이승모), 이진현(86분↔하승운), 이유현 DF : 김승우, 이상민, 정태욱 GK : 송범근 ◇ A조 현재 순위 1위 한국 6점 2승 5득점 1실점 +4 ***** 16강 진출! 2위 잉글랜드 4점 1승 1무 4득점 1실점 +3 3위 기니 1점 1무 1패 1득점 4실점 -3 4위 아르헨티나 0점 2패 1득점 5실점 -4
데일리뉴스팀 김진영기자 daily_sp@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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