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퍼스트 펭귄'을 찾아서

산업 판도 흔드는 '파괴적 혁신' 쏟아져도 실패에 대한 부담감 탓 도입·시행은 더뎌
남보다 먼저 뛰어든 용기를 격려하고 실패해도 다시 기회 주는 문화 만들어야

박수용 < 서강대 교수·컴퓨터공학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다양한 디지털 기술은 산업뿐 아니라 교육, 문화, 경제까지 각 분야의 기본을 흔들 정도로 파급력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 분야는 무크(MOOC·온라인 대중공개강좌)로 세계 어디서나 하버드, 스탠퍼드 등 유명 대학 교수들의 강의를 수강할 수 있게 됐다. 이제 교육의 국경은 디지털 기술로 인해 파괴되고 있으며 대학의 미래가 어떻게 돼야 하는지, 교수라는 직업이 지금처럼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얼마 전 대학의 몇몇 교수 사이에 무크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한 교수는 교육부에서 이의 활용을 권장하니 하는 척은 하되 절대 정규과목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학생들이 무크를 통해 교육을 받게 되면 등록금을 줄여달라 할 것이니 이는 대학을 망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강의의 교육 효과가 낮다느니, 교육은 단순한 강의만이 아니라느니 등 무크에 대한 평가절하 의견이 다양하게 제시됐다.그러나 그것은 교육을 공급하는 교수들의 의견일 뿐 수혜자인 학생들의 의견은 아니었다. 학생으로선 그들이 어느 과목을 수강하든지 세계 유수 대학의 강의 내용을 듣고 싶을 것이고 대학은 당연히 이런 강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언제까지 공급자인 교수들의 논리가 수혜자인 학생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지속될 수 있을까? 이런 현상은 비단 교육 현장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산업계에서도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택시업계가 우버 서비스로 홍역을 앓고 있고, 의료분야도 원격진료 이슈가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분야에서도 기존 은행들이 제공하는 결제, 대출, 송금 등의 서비스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더 편리하게, 낮은 이자로, 저렴하게, 맞춤형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요구가 있다. 인터넷뱅크인 K뱅크가 설립되자마자 가입자 수가 한 달 만에 25만 명을 넘어선 것을 보면 일반 국민의 요구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이런 수요에 발맞춰 혁신적 기술,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신생 기업이 설립되고는 있으나 이의 수요처인 공공기관이나 대학, 은행, 대기업 관계자들은 실제로 도입하고 시행하는 것에 주저하면서 여러 가지 도입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나열하고 있다.

장미대선의 시기에 후보들은 4차 산업혁명을 대한민국의 미래 희망으로 외쳤으나 현장은 여전히 주저하고 우려하고 검토만 반복하는 현상을 어렵지 않게 목격한다. 수많은 정어리떼가 해안가에 몰려올 때 펭귄들은 뛰어들어 정어리를 잡아먹고 싶지만 그 뒤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상어 등의 천적 때문에 바라만 보고 쉽게 바다에 뛰어들지 못하고 주저한다고 한다. 이때 용기를 낸 한 마리 펭귄이 뛰어들면 다른 모든 펭귄이 그 뒤를 따라 뛰어들어 정어리를 잡아먹는다고 한다. 우리 주위에서는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는 많이 있으나 이것을 도입하고 실행했을 때 혹시 모르는 실패의 부담으로 주저하는 수많은 펭귄을 볼 수 있으며 혹시 나 자신도 그런 펭귄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새 대통령은 퍼스트 펭귄을 찾고 격려하는 정부, 퍼스트 펭귄을 칭찬하는 사회 문화를 만들어줬으면 한다. 설사 먼저 뛰어든 것이 실패로 확인돼도 그 용기를 격려하고 다음 기회를 줄 수 있는 공무원 문화, 대기업 문화를 조성할 때 우리가 미래의 먹거리라고 외치는 4차 산업혁명을 잘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것보다 맨 처음 것이 낫다’는 어느 기업 화장실에서 본 문구가 떠오른다.

박수용 < 서강대 교수·컴퓨터공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