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장관 임명 제청·해임 문서로 하겠다"…책임총리 의지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전교조 합법화, 대법 판결 따를것…국민행복기금 전면 재검토 필요"
국회, 26일 인사청문보고서 채택…한국당 반대해도 통과 가능성
< 청문회에 쏟아진 ‘문자폭탄’ >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25일 자유한국당 소속 한 의원이 청문회장에서 항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무위원 임명 제청·해임을 문서로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기업의 골목 상권 침범을 막고 가칭 을지로위원회(을을 지키는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에 두기로 했다. 야당은 위장전입 등을 이유로 자질을 문제시하고 있지만 오는 29일 또는 31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인준안 통과는 무난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후보자는 ‘(국무위원 인사) 제청권을 문서로 할 의향이 있느냐’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국무총리와 대통령 사이에 헌법에 바탕하는 행위는 문서로 하는 것이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총리의 임명 제청권을 확실히 행사해 책임총리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마무리되는 다음주 주요 장관 후보자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제윤경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도중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젊은 대기업 총수들이 한 일이 별로 떠오르지 않는데 굳이 떠올리자면 골목상권 침범이 떠오른다”며 “좀 더 넓은 글로벌 세상에 가서 경쟁하고 너무 골목으로 들어와 경쟁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법외 노조’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합법화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 후보자는 “대법원의 판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박근혜 정부에서 가계부채 해법 중 하나로 도입된 ‘국민행복기금’에 대해선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채무 종류가 바뀔 뿐이지 빚으로 빚을 막게 되는 상황”이라며 “채권추심기관으로 변질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날도 이 후보자의 도덕성을 놓고 거친 공방이 오갔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 부인의 그림 대작(代作) 의혹을 제기하고, 대한노인회에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내고 노인회 고위 간부로부터 정치후원금을 받은 게 ‘청부 입법’ 아니냐고 따졌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근거 없는 ‘모욕 주기’라며 역공을 펼쳤다. 이 후보자도 대작 의혹엔 “턱도 없는 모함이다. 제보자를 좀 엄선해주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 아들의 병역 문제를 지적했다가 ‘문자폭탄’을 받은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아들이 병역을 면제받은 건 간질로 불리는 뇌전증 탓이라는 사실을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여야는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끝내고 26일 경과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민주당과 바른정당은 총리직을 수행할 만하다고 보고 있는 반면 국민의당은 ‘유보’, 한국당 내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우세하다. 현재 국회 의석수는 재적 299석 중 민주당 120석, 한국당 107석,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 20석, 정의당 6석 등으로 한국당이 반대하더라도 다른 정당이 찬성하면 인준안이 통과될 수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