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표류기] 심각한 청년 탈모‥웃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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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얻은 대신 머리카락 잃었다"
저렴한 두피 문신 고심하는 청년들
2030 청년 조기 탈모 매년 증가세
병원 직장·취업 스트레스 진단, 처방은 '감감'
스트레스성 탈모, 다시 스트레스 가중 '악순환'

3년 차 직장인 이모씨(27)는 출근 전 아침이면 머리 손질에 여념이 없다. 남성형 탈모로 올라간 '엠(M) 자' 이마 때문이다. 이씨는 점점 좌우 깊숙이 파고드는 이마를 앞머리로 가리느라 매일 드라이기와 빗으로 고군분투 중이다. 2년 전 입사 사진 속 이마는 ‘일자’였다.직장 생활 2년 간 이씨에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문제는 아버지에 비해 이씨의 탈모 진행이 더 빠르다는 점이다. 이씨는 탈모 주범을 명쾌하게 꼽았다. 바로 회사 스트레스. "직장 얻은 대신 머리카락을 잃었다"고 했다. 지난 2년 간 명백히 바뀐 생활 환경이 직장이었다.이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빠지는 머리를 보며 한숨짓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중년보다 청년이 탈모 병원을 더 찾고 있는 실정은 국가 통계로도 확인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원형탈모증’ 환자는 16만3785명에 달한다. 이 중 20대와 30대가 절반에 가까운 7만1330명(43.5%)로 나타났다.
이씨와 같은 남성형 탈모인 ‘안드로젠탈모증’ 환자도 증가했다. 2015년 안드로젤탈모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만1767명으로 2013년(2만98명)보다 약 8.3%증가했다. 연령별 진료 인원은 20대와 30대가 56.3%로 30대와 40대 35.4%를 크게 앞섰다. 젊고 윤기나는 풍성한 모발을 자랑해야할 대한민국 20·30대가 조기 탈모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병원 진단 결과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최근 대리로 승진한 뒤 늘어난 업무와 잦은 회식이 주원인으로 진단됐다. 머리털이 빠진 원인은 찾았지만 방어할 처방책을 찾는 건 쉽다. 김씨는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 아닌가”라며 “병원에서 스트레스 받지 말라 해도 그게 말처럼 되는 일이냐”고 한숨 쉬었다.
일상 치료도 여의치 않았다. 하루 중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는 김씨에겐 약(경구용) 복용조차 곤욕이다. "어디가 아프냐"고 묻는 동료에게 탈모를 실토하는게 부끄러운 탓이다. 탈모가 알려지면 이성들의 호감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미팅도 소개팅도 어렵다. 탈모를 숨겨야하는 '하얀 거짓말'이 김씨를 힘들게 한다. 바르는 약은 아예 화장실에서 몰래 바른다. 탈모도 질병코드(L63∼66)가 있는 명백한 질병이다. 김씨는 주변 시선이 여전히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는 특히 ‘고개 숙여 인사할 때’, ‘바람에 머리가 날릴 때’, ‘앉아있는데 누가 서 있을 때’가 가장 신경이 곤두선다고 했다. 가뜩이나 취업 스트레스로 신경 쓸 곳이 널렸는데 탈모마저 강씨를 힘빠지게 하고 있다. 그는 "짧은 머리 스타일이나, 헤어제품(왁스, 스프레이 등) 사용은 꿈도 못꾼다"며 "입사해도 또래보다 나이많아 보일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강씨는 두피 문신을 고려 중이다. 가입한 온라인 탈모 카페에서 두피 문신 후기를 챙겨 본다. 모발 이식 수술을 받고 싶지만 가격이 비싸다. 취업 준비생이라 저렴한 두피 문신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강씨는 “두피문신도 눈썹 문신처럼 시간이 지나면 보편화되지 않을까”라며 “아직 취업도, 결혼도 못했는데 탈모로 발목 잡힐까 두렵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스트레스성 탈모로 인해 다시 더 큰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탈모와 스트레스 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청년 탈모 스트레스는 ‘타인의 시선’으로 더 증폭된다.
이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탈모로 웃음거리가 되는 게 두렵다.”
강씨는 “탈모 당사자가 겪는 심적 고통은 당사자만이 안다”며 “무심코 던진 농담도 큰 상처가 된다”고 전했다. 그는 탈모를 희화화는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 문어나 주꾸미 등 일상에서 탈모가 웃음거리로 전락한 현실에 분노했다.
김씨도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하지 않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강씨와 김씨는 똑같이 불안해했다.
“이 탈모 기사 나가면 내 뒤통수라고
알말한 사람들은 다 알지 않을까?” (지못미 ㅜㅜ)
책임= 김민성, 연구= 이재근 한경닷컴 기자 rot011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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