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라데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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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중부 카파도키아 지역에 ‘데린쿠유’라는 지하도시 유적이 있다. 4000년 전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해 중세까지 확장된 것으로 전해진다. 깊이는 최대 120m에 이르며 수천~수만 명이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독교인들이 로마와 이슬람 세력의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숨어들어와 주거공간과 교회 학교 강당 등을 만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뿐 아니라 로마, 소아시아반도 등을 비롯해 지하공간은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현대에도 지하공간을 대규모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과거엔 주로 피신하기 위해 지하로 숨어들었으나, 지금은 도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차원이다. 프랑스의 라데팡스(La Dfense) 지역이 대표적이다. 1870년 시작된 보불전쟁 때 이곳에서 파리를 방어했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방어’라는 뜻)이다. 파리 도심에서 약 8㎞ 떨어져 있으며, 760만㎡ 규모(여의도의 2.6배)로 조성된 부도심이다.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가 1958년부터 30여 년에 걸쳐 지하와 지상을 입체적으로 연결해 개발했다.라데팡스는 포화에 이른 지상의 교통시설을 모두 땅밑으로 옮겼다. 고속철도(TGV)와 교외철도, 버스, 택시 등이 지나는 복합환승센터를 지하에 지었다. 지상엔 상업·판매·업무·주거시설을 고층·고밀도로 건설했다.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1989년 준공한 높이 105m의 ‘신개선문(그랑드 아르슈)’은 이곳의 명물이다.
1960년대 건설된 캐나다 몬트리올의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자족적인 생활·문화공간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총 연장 32㎞, 연면적 1200만㎡에 달하는 이곳은 10개 지하철역이 있고 식당 상점 은행 극장 박물관 호텔 등이 갖춰져 있다.
현대 도시는 이렇듯 교통시설과 건물의 입체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독일 베를린 중앙역도 전철과 고속열차, 버스 등을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대규모 복합환승시설을 갖췄다.우리나라에서도 지하공간을 활용한 ‘한국판 라데팡스’ 개발 계획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강남 영동대로 지하에 버스, GTX(광역철도), 지하철과 KTX까지 지나가는 복합환승센터를 2023년까지 짓겠다고 한다. 서울역 지하에도 2025년께 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설 전망이다. 지상에 있는 철로와 역사, 공항철도 등이 지하로 옮겨간다. 완공되면 서울역 일대가 미국 뉴욕의 펜 스테이션이나 라데팡스 같은 대형 교통 거점으로 뜰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 랜드마크는 이제 수직·수평적 공간뿐 아니라 지하에서도 탄생하는 시대다. 도시의 또 다른 확장인 셈이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현대에도 지하공간을 대규모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과거엔 주로 피신하기 위해 지하로 숨어들었으나, 지금은 도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차원이다. 프랑스의 라데팡스(La Dfense) 지역이 대표적이다. 1870년 시작된 보불전쟁 때 이곳에서 파리를 방어했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방어’라는 뜻)이다. 파리 도심에서 약 8㎞ 떨어져 있으며, 760만㎡ 규모(여의도의 2.6배)로 조성된 부도심이다.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가 1958년부터 30여 년에 걸쳐 지하와 지상을 입체적으로 연결해 개발했다.라데팡스는 포화에 이른 지상의 교통시설을 모두 땅밑으로 옮겼다. 고속철도(TGV)와 교외철도, 버스, 택시 등이 지나는 복합환승센터를 지하에 지었다. 지상엔 상업·판매·업무·주거시설을 고층·고밀도로 건설했다.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1989년 준공한 높이 105m의 ‘신개선문(그랑드 아르슈)’은 이곳의 명물이다.
1960년대 건설된 캐나다 몬트리올의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자족적인 생활·문화공간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총 연장 32㎞, 연면적 1200만㎡에 달하는 이곳은 10개 지하철역이 있고 식당 상점 은행 극장 박물관 호텔 등이 갖춰져 있다.
현대 도시는 이렇듯 교통시설과 건물의 입체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독일 베를린 중앙역도 전철과 고속열차, 버스 등을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대규모 복합환승시설을 갖췄다.우리나라에서도 지하공간을 활용한 ‘한국판 라데팡스’ 개발 계획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강남 영동대로 지하에 버스, GTX(광역철도), 지하철과 KTX까지 지나가는 복합환승센터를 2023년까지 짓겠다고 한다. 서울역 지하에도 2025년께 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설 전망이다. 지상에 있는 철로와 역사, 공항철도 등이 지하로 옮겨간다. 완공되면 서울역 일대가 미국 뉴욕의 펜 스테이션이나 라데팡스 같은 대형 교통 거점으로 뜰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 랜드마크는 이제 수직·수평적 공간뿐 아니라 지하에서도 탄생하는 시대다. 도시의 또 다른 확장인 셈이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