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적 치매 R&D 전략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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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웅 <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중앙치매센터장) >국내 치매 환자가 70만 명을 넘었다. 2024년이면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치매는 뇌기능 손상으로 기억력 장애, 성격 변화 등을 초래해 환자의 존엄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경제적 부담과 정서적 상처를 남긴다.
2012년 치매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80세 이상 노인 네 명 중 한 명이 치매 환자다. 기대수명이 평균 82세임을 감안하면 결혼한 사람 누구나 양가 부모 중 한 사람은 치매 환자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치매 가족을 돌보고 있는 국민도 20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에 따라 국가적으로 연간 약 15조원의 비용이 치매 관리에 쓰이고 있다. 10년마다 두 배씩 늘어 2050년에는 106조원으로, 국방비(2050년 66조원 추정)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미국은 치매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보다 심각한 경제 문제로 보고 있다.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우리나라 역시 치매는 보건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경제 현안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치매 국가책임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진단과 치료, 돌봄 등을 통해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다양한 전략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 즉 치매에 대한 연구개발(R&D) 전략은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선진국들은 뚜렷한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치매에 대한 R&D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치매 예방 및 치료를 위한 계획을 수립해 연 2200억원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영국은 치매 신약 개발을 위해 국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2025년에는 약 1900억원 규모로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우리 정부는 그러나 뚜렷한 계획 없이 부처별로 나뉘어 투자하는 수준이어서 치매 R&D 활성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치매는 원인과 진단, 치료법 등이 확립돼 있지 않아 모든 분야에 대한 R&D가 필요하다. 체계적인 국가 치매 R&D 로드맵에 따라 부처 간 역할을 분담해 지원하고 연구 결과물을 연계해야 한다. 국제적인 연구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해외에선 치매 진단과 치료 등 분야별로 국제 협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개별 연구자가 제한된 범위에서 참여하는 수준이다. 정부가 연구자의 국제 활동 참여를 지원하면 우수한 치매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다.
김기웅 <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중앙치매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