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전통 빅3' 지고 '신흥 4강' 뜬다

판 커진 한국형 헤지펀드…5년 만에 순자산 10조 돌파

공모펀드 떠난 자금 대거 이동
올들어 3조2000억원 순유입

흥국운용, 설정액 1.1조 1위
타임폴리오, 꾸준한 수익률
DS, 올 수익률 20% '독보적'
한국형 헤지펀드가 도입 5년 반 만에 순자산(설정액+운용수익) 10조원을 돌파했다. 2년여 전 헤지펀드 운용사 진입 규제를 완화한 뒤 운용사가 크게 늘어난 데다 주식형 공모펀드를 떠난 자금이 헤지펀드로 유입된 결과다. 헤지펀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다양한 투자전략을 앞세운 ‘신흥 강자’도 속속 부상하고 있다.
◆올 들어 매달 6400억원 유입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헤지펀드 순자산은 지난달 31일 10조654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이 돈을 맡긴 원금(설정액)은 9조8727억원에 달한다. 헤지펀드 설정액은 올 들어만 3조2000억원 불어났다. 매달 6400억원가량의 ‘뭉칫돈’이 헤지펀드로 들어왔다는 의미다.

헤지펀드는 금융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다. 각 펀드 전략에 맞춰 주식 채권 파생상품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한다. 최소 가입금액은 1억원으로 고액자산가나 기관투자가가 주요 투자자다.

헤지펀드 시장은 2년여 전부터 가파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정부가 2015년 10월 헤지펀드 운용사 진입 요건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고 최소 자기자본 기준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이후 라임 타이거 타임폴리오 등 투자자문사들이 헤지펀드 운용사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규제완화 직전 31개였던 헤지펀드 숫자는 지난해 말 기준 430 여개로 늘었다.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관투자가와 고액자산가의 자금이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몰렸다.

공모펀드에 대한 불신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까지 주식형 공모펀드가 저조한 수익률을 내면서 유출된 자금이 일부 헤지펀드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헤지펀드 규제가 완화된 2015년 10월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에선 약 9조3000억원이 유출됐다. 이 기간 헤지펀드의 신규 설정액과 비슷한 규모다.

◆흥국·타임·DS·트리니티 ‘신흥 강자’다양한 투자전략을 갖춘 운용사들이 헤지펀드 시장에 등장해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헤지펀드 시장 1, 2위를 다투고 있는 흥국자산운용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대표적인 ‘신흥 강자’다. 흥국자산운용은 채권형 상품을 내세워 시중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대부분 채권형펀드가 금리 방향성에 베팅하는 것과 달리 저평가된 채권을 사고 고평가된 채권을 파는 차익거래를 주요 전략으로 삼았다. 지난 4월에만 두 개의 펀드를 추가 설정해 단숨에 헤지펀드 시장 설정액 기준 1위 운용사로 떠올랐다.

타임폴리오는 꾸준한 수익률을 앞세워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수익률이 갑자기 오르내리지 않아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운용사 차원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거나 한 명의 팀장이 투자를 총괄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20여 명의 펀드매니저가 자금을 분배받아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각각의 영역에 전문적으로 투자한다.설정액은 크지 않지만 돋보이는 수익률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운용사도 있다. 트리니티자산운용이 굴리는 4개 펀드는 올 들어 18.27%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2.05%의 수익률을 거뒀다. DS자산운용 역시 9개 펀드가 올 들어 20.22%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과거 헤지펀드 ‘3강’으로 꼽히던 운용사 수익률은 신통치 않다. 삼성헤지자산운용이 굴리는 13개 펀드는 연초 이후 -1.18%의 수익률에 머물렀다. 지난해 -0.38%의 수익률을 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12개 펀드는 올 들어 1.47%, 지난해 -7.05% 수익률을 거둔 브레인자산운용의 8개 펀드는 연초 대비 4.86%에 그치고 있다.

나수지/김우섭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