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로 간다던 통상 기능, 산업부에 그냥 두기로

통상 현안 산적…국정기획위, 주무 부처 교체에 '부담'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 기능이 외교부로 이관되지 않고 산업부에 남을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관계자는 1일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통상 기능 이전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을 앞두고 통상 기능을 옮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민주당과 행정자치부는 다음주께 당정협의를 거쳐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국정기획위는 지난달 24일 “통상 기능의 외교부 이관 등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6월 임시국회에 제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소기업벤처부 설립, 국민안전처로부터의 소방청·해경청 분리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집에 담긴 내용이었다. 하지만 외교부에 통상 기능을 넘겨 외교통상부로 확대 개편한다는 건 공약집에 없던 것이라 논란이 있었다.다만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한 토론회에서 “통상 부문을 산업부에 떼놓은 것은 잘못됐다. 다시 외교부에 맡기는 게 맞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정기획위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 때문에 공약집에도 없던 내용을 정부조직 개편안에 무리하게 포함시켰다”는 말이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통상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주무 부처를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통상 기능을 산업부에 두는 대신 조직을 격상시키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산업부에 있던 통상 기능이 1998년 외교부로 이관되며 통상교섭본부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2013년 통상 기능이 다시 산업부로 넘어오면서 차관보가 이끄는 실·국 단위로 작아졌다. 통상 기능을 산업부에 남기되 장관급 본부로 격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여권과 정부 안팎에선 내년 하반기께 문 대통령이 2차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옮기거나 제3의 독립기관을 만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소기업벤처부 설립, 소방청·해경청 분리는 예정대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국민안전처는 행정자치부로 흡수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태훈/황정수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