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일자리 사업에 추경 절반…노인·보육분야 5만4000개 창출

11조2000억 일자리 추경

일자리 예산 어디 쓰이나

경찰 등 중앙직 4500명, 지방공무원 7500명 채용
노인 일자리 수당 5만원 인상, 청년구직수당 월30만원 지원
정부가 지난 4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나선 것은 갈수록 악화되는 청년층 실업과 저소득층 소득 감소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2012년 7.5%이던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9.8%까지 높아졌다. 소득 하위 20%를 뜻하는 1분위 가구 소득은 지난해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임시·일용직 근로자 소득 감소 등으로 8.2% 급감했다. 이 탓에 지난해 지니계수, 소득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 3대 소득분배지표가 일제히 악화됐다.

이번 추경안은 이런 상황을 돌파해 보겠다는 예산당국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공약을 대거 수용해 정부가 공공부문에서만 일자리 7만1000개를 창출함으로써 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마중물’이 되겠다는 것이다.이를 위해 전체 추경 규모인 11조2000억원 중 절반에 해당하는 5조4000억원을 일자리 창출 및 여건 개선을 위해 쏟아붓는다. 작년 11조원의 추경 중 일자리 창출에 17%인 1조9000억원만 편성했던 것에 비해 30%포인트 이상 비중을 높였다. 박춘섭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과거 외환위기 때 실업대책을 담은 적이 있지만 일자리만을 위해 추경을 편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노인 일자리 3만 개 늘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4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핵심은 공공부문 일자리다. 정부는 우선 국민안전·민생 분야를 중심으로 공무원 1만2000명을 연말까지 추가 채용한다. 경찰관(1500명), 부사관·군무원(1500명) 등 중앙부처 공무원이 4500명이고 사회복지공무원(1500명), 소방관(1500명), 교사(3000명), 가축방역관 같은 현장인력(1500명) 등 지방공무원이 7500명이다.
다만 중앙부처 공무원 채용 비용은 이번 추경안에 채용시험·교육훈련 명목으로 80억원만 반영됐다. 올해는 채용절차만 진행되기 때문이다. 4대 보험료를 포함한 이들의 연 인건비는 약 1200억원으로 내년 본예산에 들어간다. 대부분 민간에 위탁돼 고용되는 보육교사·대체교사·노인돌봄이·치매관리사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2만4000개 확충한다. 노인 일자리는 3만 개 늘어나고 단가도 현행 월 22만원에서 27만원으로 높아진다. 추경안엔 이런 사회서비스와 노인 일자리 확충에 모두 1496억원이 배정됐다.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청년 3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세 번째 근로자 임금을 연 2000만원 한도로 3년간 지원하는 사업이 시범 도입된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업종 등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이 대상이다. 청년의 과감한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창업펀드가 5000억원으로 확대되고 ‘삼세번 재기 지원 펀드’도 3000억원 규모로 신설한다. 4차 산업혁명을 지원하기 위한 4000억원 규모의 전용 펀드도 조성한다.◆육아휴직 급여 2배 인상

다양한 계층의 일자리 여건을 개선하는 데도 1조2000억원이 쓰인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2년간 300만원을 내면 정부와 기업이 각각 600만원과 300만원을 지원해 1200만원의 목돈을 만들도록 돕는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수령액이 1600만원으로 인상되고 대상 인원도 1만 명 늘린다. 상담부터 직업훈련, 알선까지 포함한 통합취업지원서비스인 ‘취업성공패키지’ 참가자 중 직업훈련을 마친 취업준비생에게는 월 30만원의 ‘청년구직촉진수당’을 석 달간 지원한다.

여성 직장인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첫 3개월간 육아휴직 급여는 현행 통상임금의 40%(월 100만원 상한)에서 80%(월 150만원 상한)로 인상된다. 값싸고 질 좋은 국공립 어린이집도 올해 당초 계획보다 2배 확대(180개소→360개소)된다.지방에는 교부세(1조7000억원)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1조8000억원) 등 모두 3조5000억원을 내려보낸다. 예산실 관계자는 “용처엔 강제성이 없지만 가급적 일자리 창출에 써달라고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추경에 대해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으로 만든 일자리 대부분이 공공부문에 속해 장기적으론 재정부담이 될 것”이라며 “민간기업과 연계해 투자를 확대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 1만2000명정부가 이번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올 하반기 추가로 채용하는 공무원 수. 중앙공무원은 경찰관(1500명), 부사관·군무원(1500명) 등 4500명이 채용된다. 지방공무원은 소방관(1500명), 교사(3000명) 등 7500명을 뽑는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