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이 다른 M&A로 대접받는 코스닥 기업

더블유게임즈·유진테크, 핵심기술 보유 美기업 인수 … 주가 재평가

증권사들 "추가 성장 기대…강력 매수·목표주가 상향"
이매진아시아 등 일부 기업은 '무리한 인수' 등으로 주가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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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인수합병(M&A)은 상장사 주가를 단숨에 끌어올릴 ‘재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족한 기술력도 보완할 수 있어서다.

최근 들어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들도 수백억~수천억원을 들여 경쟁 회사를 인수하거나 새로운 업종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하지만 증시의 평가는 천차만별이다. 대형 M&A를 발표한 뒤 주가가 급등한 기업도 있지만 거꾸로 간 기업도 적지 않다. “증시에서 대접받는 M&A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7일 업계에 따르면 소셜카지노 게임업체 더블유게임즈는 지난 4월 중순 미국 소셜카지노 개발사인 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 지분 54%를 9425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 ‘귀한 몸’이 됐다. M&A 발표 후 이날까지 주가가 46.12%나 뛰었기 때문이다. 더블유게임즈는 이날도 5.32% 오른 5만9400원에 마감했다.

증시가 더블유게임즈의 ‘베팅’에 열광한 이유는 간단하다. DDI 인수가 곧바로 더블유게임즈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DDI의 손익은 6월부터 더블유게임즈의 2분기 연결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민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DDI 인수로 더블유게임즈의 올해 매출(3730억원)과 영업이익(1275억원)은 작년보다 각각 140%, 184% 급증할 것”이라며 ‘강력매수’ 의견과 함께 목표주가로 9만3000원을 제시했다.

시너지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더블유게임즈는 이번 M&A로 글로벌 소셜 카지노시장 점유율을 10.8%로 끌어올리며 단숨에 세계 2위로 우뚝 서게 됐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인수금액이 워낙 큰 탓에 ‘무리한 M&A 아니냐’며 우려하지만 인수금융 등 외부 자금을 적절하게 활용한 만큼 더블유게임즈가 M&A에 따른 자금 압박에 시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블유게임즈는 DDI 인수를 위해 △자체 자금 3500억원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투자 3000억원 △선순위 인수금융 2925억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모았다.반도체 장비업체 유진테크도 지난달 25일 발표한 M&A로 증시의 호평을 받고 있다. 유진테크는 미국 엑시트론의 반도체 원자층 증착장비(ALD)와 화학기상증착장비(CVD) 사업 부문을 633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8거래일 동안 유진테크 주가는 15% 가까이 올랐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사업 양수로 확보한 기술력이 유진테크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2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금융자동화기기 부가가치통신망(CD VAN) 사업을 벌이는 한국전자금융도 지난 2일 장 마감 후 경쟁 업체인 BGF핀링크 지분 50%를 385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한 뒤 2거래일 동안 주가가 1.2% 올랐다. 관련 시장 점유율을 45% 수준으로 끌어올려 압도적인 1위 사업자가 될 것이란 소식이 주가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굵직한 M&A를 발표한 기업 가운데 주가가 뒷걸음치는 곳도 있다. 이매진아시아, 파티게임즈, 필링크 등이 대표적인 예다. 드라마 제작사 이매진아시아는 내연기관용 필터 제조업체 세원 지분 85%를 사들이는 데 297억원을 쏟아부었다. 지난해 하반기 지분 27.8%(97억5000만원)에 이어 2주 전 지분 57.14%(200억원)를 추가로 매입했다. 하지만 대형 M&A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무선인터넷서비스 전문기업 필링크도 지난 3월30일 ‘골프웨어 의류업체 크리스에프앤씨 지분 63%를 1725억원에 사들인다’는 보도가 나온 뒤 주가가 오히려 떨어졌다. 당시 4935원이던 주가는 이날 3850원으로 21.9% 추락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회사 규모와 비교해 인수금액이 너무 크거나 사업 연관성이 없는 회사를 인수할 경우 오히려 M&A 발표가 주가에 악재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