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왕국' 태광실업, 이번엔 베트남 산업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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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의 도전은 계속된다태광실업이 베트남 산업공단 조성사업에 뛰어든다. 나이키 운동화 제조업자개발생산(ODM)을 하고 있는 태광실업은 1994년 11월 국내 기업 최초로 베트남 동나이성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국내 기업 중 베트남 ‘성공신화’의 원조 격으로 꼽힌다.
132만㎡ 부지에 염색기업 유치
초고속 인터넷·폐수처리 등 구축
4년간 법인세 면제 파격 세금혜택
태광실업은 오는 7월 베트남 남부 떠이닌성 목바이 경제특구에 염색기업을 위한 태광 목바이 산업공단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7일 발표했다. 공단 부지 108만㎡와 상업 부지 24만㎡ 등 총 132만㎡(약 40만 평) 규모다. 국내 기업이 베트남에 40만 평 규모의 산업공단을 조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루에 약 2만t을 처리할 수 있는 폐수처리 시설과 하루 3000t의 공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상수도 시설, 초고속 인터넷망 등을 구축한다. 회사 관계자는 “염색기업 중심으로 입주가 이뤄질 것으로 보지만 다른 제조기업도 입주할 수 있다”며 “인근 20분 거리에 다른 염색공단이 3개 들어서 유사업종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23년째 베트남에서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태광실업은 베트남과 인연이 깊다. 베트남에 ‘신발 왕국’을 건설하겠다는 박연차 회장(사진)의 일념으로 1994년 제1공장인 태광비나, 2009년 제2공장 태광목바이를 설립했고 제3공장인 껀터 신발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태광파워홀딩스를 통해 베트남 정부의 신뢰 없이는 진행하기 어려운 남딘 석탄화력발전소 설립·운영권을 따내는 등 베트남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
이번 산업공단 조성사업도 베트남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가 바탕이 됐다. 2009년께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이 태광실업에 산업공단 조성사업 참여를 제안하면서 논의가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실업이 약 500억원을 투자해 베트남 정부로부터 경제특구 내 부지를 50년간 임차하고, 여기에 인프라 시설을 조성했다. 부지 임대 및 시설 이용 비용으로 수익을 낸다.목바이 경제특구에 자리잡고 있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베트남의 기본 법인세율은 20%다. 공단 입주기업은 4년간 법인세 면제, 이후 9년간 5% 법인세 적용, 이후 2년간 10% 적용 등 총 15년간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개인소득세도 50% 감면받는다.
베트남 남부 최대 도시인 호찌민에서 북서쪽으로 70㎞ 떨어진 캄보디아 국경에 있어 분양가와 인건비가 저렴하다. 분양가격은 염색 부지가 ㎡당 72달러, 일반부지는 51달러 수준이며 관리비는 연간 ㎡당 0.42달러다. 인근 목바이 신발공장을 기준으로 작업자 기본 월급이 평균 157달러, 관리직이 200달러 수준이다. 교통 및 물류 인프라도 갖춰져 있다. 2020년으로 예정된 고속도로 건설이 끝나면 호찌민까지 1시간 내에 이동할 수 있다. 반경 10㎞ 이내에 2000t급 선박 접안이 가능한 탄푹 항구가 있다. 용수 공급부터 폐수 처리까지 종합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입주 기업은 폐수 처리에 따른 비용이나 규제 등의 부담을 덜 수 있다.태광실업 관계자는 “지난 22년간 베트남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얻은 신뢰도와 인지도를 활용해 입주 기업의 대관(對官) 업무와 인허가 업무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