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수난시대…AI 재확산에 계란·닭고기 가격 또 들썩

두 달 만에 다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빠르게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계란값과 닭고기 가격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초복 대목을 앞둔 요식업계도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경DB.
두 달 만에 다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겨우 진정됐던 계란과 닭고기 가격이 또 들썩이고 있다.

AI로 이미 적잖은 피해를 입은 요식업계는 1년 중 최대 대목인 초복을 불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불똥이 튀지 않을 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8일 한국농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전국 평균 특란 한 판(30구)의 소매가격은 7967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최근 5년 평균 가격보다 43% 높은 수준이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52% 높다.

지난 4월 전국적으로 AI가 잦아들기 시작하면서 떨어졌던 계란값은 지난달 한 판에 8000원 밑으로 내려갔지만 최근 재발한 조류인플루엔자 영향에 오름세로 돌아섰다.특히 물량확보가 용이한 대형마트와 달리 수급이 불안정한 동네 소매점의 경우 계란 한 판 값은 1만원대 안팎을 오가고 있다.

계란유통 전문가들은 아직 AI 재확산 여파가 시중 계란가격에 영향을 줄만큼의 수준은 아니지만 불안정한 심리가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지역 한 계란도매업체 대표는 "연초에 비해 계란수급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데다 6월은 계란 판매에서 비수기에 속한다"며 "하지만 AI가 언제 다시 크게 번질지 몰라 계란값을 못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삼계탕 등을 파는 닭 요리 요식업계는 AI 불똥이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초복 대목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특정 온도 이상에서 가열해 요리하면 조류인플루엔자가 인체에 주는 영향이 전혀 없다는 과학적 설명에도 불구하고 AI가 소비심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여의도 한 삼계탕 가게 사장은 "이미 연초부터 확산된 AI 때문에 가게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할 정도로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며 "이번 여름 대목은 아예 기대를 할 상황이 아니다"고 토로했다.AI에 따른 대량 살처분으로 닭고기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닭 가격도 오름세로 돌아섰다. aT에 따르면 이날 전국 평균 닭고기(중품, 1kg 기준) 소매가격은 5910원으로 한 달 전보다 4.4% 뛰었다.

연초 AI 피해를 비켜갔던 치킨업계도 노심초사다. 국내 주요 치킨업체인 교촌치킨, BHC치킨, BBQ치킨은 AI 발생 이후 매출이 평년보다 5~10% 줄어드는 데 그칠 정도로 선방했다.

그러나 최근 가격 인상 이슈가 있는데다 AI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심리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어 걱정하는 눈치다.한 치킨업체 관계자는 "치킨은 가격 저항이 특히 심한 품목인 데다 최근 가격 인상 요인으로 여론도 좋지 않아 매일 주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