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라인' 콕 찍어내기…검찰 '인사태풍' 현실로

고검장·검사장급 4명 '무보직 발령' 등 이례적 인사

후속인사 '쓰나미' 예고
윤갑근·정점식·김진모·전현준, 연구위원 발령…모두 사의

검찰 "군사작전 방불" 당혹
당사자들도 인사 사실 몰라…"소명기회·설명 없어" 반발 기류도
문재인 정부가 전격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과거 주요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며 검찰 수뇌부 일부를 좌천 발령냈다. 일명 ‘우병우 라인’으로 거론된 인사들이다.

법무부는 8일 고검장과 검사장급 등 검찰 고위간부 일부에 대한 전보인사를 12일자로 단행했다. 윤갑근 대구고검장, 정점식 대검찰청 공안부장,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전현준 대구지검장 등 네 명이 나란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났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지휘권이 없는 사실상 무보직의 자리다. 통상 검사장 진입을 앞둔 간부 등이 거치는 자리라 좌천성이다. 검사장급에서는 유상범 창원지검장이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발령 났다. 이 자리를 맡았던 양부남 광주고검 차장검사는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옮겼다.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대구지검장으로 발령 났다.
법무부는 이례적으로 인사 배경을 밝혔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과거 중요 사건에 대한 부적정 처리 등의 문제가 제기됐던 검사들을 일선 검사장, 대검 부서장 등 수사지휘 보직에서 연구 또는 비지휘 보직으로 전보했다”는 설명이다. 논란이 된 사건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좌천 인사는 전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긴밀한 사이로 평가된다. 윤 고검장은 지난해 우 전 수석의 비위 의혹을 파헤치는 특별수사팀 팀장을 맡았지만 마땅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수사 자료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넘겼다. 유 지검장은 2014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정윤회 문건’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다. 김 지검장은 2014년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맡았는데, 당시 세월호 사건에서 실무 수사를 담당한 광주지검과 대검 사이를 조율하면서 갈등이 있었다는 소문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좌천한 검찰 간부는 모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꼽은 ‘우병우 사단’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긴급현안질문에서 “우병우 사단을 걷어내기 전에는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시 12명을 지목했다. 명단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검 차장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 △전현준 대구지검장 △김기동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유상범 창원지검장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이다. 이 중 김 단장과 이 차장을 제외하고 모두 검찰 조직을 떠나거나 좌천했다.검찰 내부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좌천성 인사 발령을 받은 고검장·검사장급 고위 간부 네 명 모두 이날 사의를 밝혔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검사 생활을 하면서 고위간부 일부만 좌천성 인사를 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보통 검찰은 검사장급 인사를 한번에 했다. 이번처럼 일부를 콕 집어 인사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군사작전을 보는 듯하다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당사자의 소명 기회도 없이 논란이 된 수사 결과를 내놨다는 이유로 인사 조치해 ‘정권 줄 세우기’를 하려는 것 같다”며 “법무부 장관 인선이 늦어지면서 검찰 인적 쇄신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계산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