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74세 삼성생명 최고령 설계사 이우연 컨설턴트 "부모 맘으로 고객 대해야 롱런하죠"

칼국수 얻어먹고 설계사 나서
첫해 계약 한건 못하다 오기 발동
41년간 판매왕 11번 올라 '화제'

"앞으로 10년은 더 일하고 싶어"
지난 4월2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삼성생명 연도상 시상식에서는 올해 최고 실적을 올린 수상자보다 더 주목받은 이가 있었다. 주인공은 이날 ‘공로상’을 받은 이우연 FC(보험컨설턴트·사진). 이 FC는 1976년 삼성생명 전신인 동방생명 시절부터 설계사로 근무하고 있다. 보험업계에 발을 들인 지 올해로 41년째다.

8일 기자와 만난 이 FC는 “설계사인 지인으로부터 칼국수 한 그릇 얻어먹은 게 인연이 돼서 지금까지 이 일을 하고 있다”며 자신의 얘기를 풀어놨다. 1970년대만 해도 보험사들이 성장가도를 달릴 때여서 회사마다 설계사 구인난을 겪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는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보험사에서 일하는 친구를 따라왔다”며 “밥 한 끼 얻어먹고 나니 보험사 사무실에 출근을 안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첫해 그는 단 한 건의 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보다 못한 지점장이 그를 여러 차례 불러 “당장 그만두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이 FC는 그렇게 혼나고 나니 오기가 발동했다고 했다. 그는 “하지 말라고 하니 더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 교육보험을 집중적으로 팔았는데 기저귀가 빨랫줄에 걸려 있는 집이 보이면 무조건 초인종을 눌렀다”고 회상했다.

그때부터 실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아이를 둔 같은 엄마의 마음으로 고객을 대한 게 통했다고 했다. 그는 “고객을 한 번 보고 끝낼 생각이 없다면 정말 그 사람에게 맞는 상품을 고민해서 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FC의 고객 대부분이 최소 10년 이상 그와 인연을 이어 온 것도 이 같은 소신 덕분이다. 1970년대에 그를 통해 보험계약을 맺은 고객의 자녀들이 이 FC에게 다시 보험을 가입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 FC가 보유하고 있는 계약만 300건이 넘는 것도 이처럼 한 번 인연이 닿은 고객이 자신의 자녀와 친척 등에게 그를 소개한 덕분이다.

이 FC의 또 다른 영업무기는 ‘껌’이었다. 가방 한가득 껌을 들고 다니며 고객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의 자녀들에게 나눠줬다. 그는 “자녀가 껌을 받고 좋아하면 부모의 마음도 열릴 수밖에 없다”며 “요즘도 고객들 자녀를 만나면 날 보고 ‘껌 파는 아줌마인 줄 알았다’고 농담을 건넨다”고 웃었다. 젊은 엄마이던 고객들이 이제 손자를 둔 할머니가 되다 보니 그의 선물로 바뀌었다. 이 FC는 “고객들 생일 때마다 직접 장만한 도토리묵이나 나물을 선물로 주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노력으로 연도상을 11차례나 받았다.이 FC는 요즘도 주말마다 설계사 교육을 목적으로 열리는 사내 강의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그는 “처음엔 이해하기 힘들어도 자꾸 듣다 보면 뭐라도 남는 게 있다”며 “공부를 열심히 해야 고객에게 제대로 상품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FC는 지금도 젊은 설계사 못지않게 일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10년은 더 일할 생각”이라며 “열심히 해서 우리 지점 실적도 더 끌어올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