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베팅'의 시작…CJ제일제당 9000억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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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에 아시아 최대 생산기지
K푸드 세계화할 새로운 식품공장
5400억 투자해 모든 과정 자동화
브라질 사료업체도 3600억에 인수
◆이재현 K푸드 세계화의 전초기지이재현 CJ 회장은 지난달 복귀 직전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사업계획을 보고받았다. 회장직에서 물러나 있던 4년간 CJ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 자리에서 CEO들을 독려했다. “서둘러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완의 사업들을 본궤도에 올려놔야 한다.” 지난달 17일 복귀하던 날 그가 던진 메시지도 투자였다. “2020년까지 3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는 “진천은 물류 등에서 탁월한 입지를 갖춰 대규모 투자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대 규모의 해외기업 인수가축 사료의 원료(소재)를 제조하는 브라질 셀렉타 인수도 이날 발표에 포함됐다. CJ제일제당 설립 후 가장 큰 규모의 해외기업 인수합병이다. 식물성 고단백 소재를 생산하는 셀렉타는 농축콩단백(SPC) 세계 시장의 38%를 점유하고 있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4000억원, 영업이익은 550억원을 올렸다. 37개국에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셀렉타 인수가 사료 소재사업 글로벌화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축콩단백은 발효와 농축기술을 적용해 콩 등 식물에서 단백질을 뽑아낸 것이다. 세계 식물성 고단백 소재 사료 시장은 1조6000억원 규모다. CJ제일제당은 2020년에 세계 식물성 고단백 소재시장에서 매출 8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룹 고위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의 뜻에 따라 브라질 투자도 예상보다 빨리 이뤄졌다”며 “소재사업에 CJ가 보유한 발효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이 회장의 뜻”이라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새로운 사업에 대한 의지와 실행력 때문에 단순한 사업 상속자가 아니라 창업자로서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김기식 전 민주당 의원 등 대기업 저격수로 불리는 인사들도 이 회장에 대해서는 “서비스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는 등 창업자 느낌이 있다”고 평가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공백기에 제대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한 것을 계속 안타까워했다”며 “계열사별로 다양한 인수합병과 신규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