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간 일자리 44번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 "특단 대책 없으면 청년들 인생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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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첫 국회 시정연설문재인 대통령의 12일 국회 시정연설은 ‘일자리’로 시작해 ‘일자리’로 끝났다. 30분간 이어진 연설 가운데 이 단어를 44번 언급하면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마치 기획재정부 장관처럼 11조2000억원 규모 추경안의 세부 내용까지 12분여에 걸쳐 조목조목 설명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야당 의원들 설득에 주력했다. 연설문 곳곳에는 소득 주도 성장과 경제민주주의 등 문 대통령의 경제철학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취임 34일 만에 국회 찾아가 추경안 처리 호소
"증세·국채 발행 없이 편성 가능…여력 있는데도 손 놓으면 직무유기"
◆‘소득 주도 성장’ 제시문 대통령은 일자리 위기 상황의 구체적인 사례를 거론했다. 이력서를 100장 넘게 내고도 “제발 면접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다”는 한 청년의 탄식과 실직 및 카드빚으로 근심하던 한 청년이 “다음 생에는 공부를 잘할게요”라는 글을 남기고 자살한 사건, 인력 부족으로 병가도 못 내는 소방관과 과로사한 우체국 집배원 사례를 일일이 들며 의원과 국민의 감성에 호소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을 따라 미리 준비한 22장의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가 국회 본회의장 스크린에 표시됐다. 문 대통령은 “이 분명한 사실을 직시하고 제대로 맞서는 것이 국민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면서 의원들의 첫 번째 박수를 받았다. 30분의 연설 동안 박수가 15번 나왔고 일부 여당 의원은 기립해 박수를 쳤다.문 대통령은 청년실업률, 소득분배지표 등 구체적 수치도 제시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청년 실업은 국가 재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고 우리는 한 세대 청년들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업대란, 소득분배 악화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정치의 ‘직무유기’라며 정치권을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성장의 결과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책임 정부’론 제시문 대통령은 실업대란 상황에서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고용을 개선하고 소득 격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에게 필요한 일을 하는 정부’”라며 ‘책임있는 정부’론을 제시했다.
민간 일자리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근본적인 일자리 정책은 민간과 정부가 함께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며 “빠른 효과를 위해서는 공공부문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자처하겠다는 얘기다.
대규모 추경에 따른 국가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문 대통령은 “증세나 국채발행 없이도 추경예산 편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추경 예산의 세부 내용을 설명하는 데 전체 연설 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들였다. 문 대통령은 “항구적이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배제했다”고 말했다.◆경제민주주의도 다시 언급
문 대통령은 ‘경제민주주의’ 개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지난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30주년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처음으로 경제민주주의를 화두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잘사는 사람은 더 잘살게 되고 못 사는 사람은 더 못 살게 되는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은 참으로 우려해야 할 일”이라며 “이런 흐름을 잡지 않으면 대다수 국민은 행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속적인 성장도 어렵다”며 “통합된 사회로 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민주주의는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이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 등 세 가지가 핵심이다.문 대통령은 “민주주의도 실질이나 내용과는 거리가 먼 형식에 그치게 된다”며 “시민이 투표에 참여하는 대의민주주의에 만족하지 못하고 거리로 나서게 되는 근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