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거품 빠지는 맥주사업 목타는 하이트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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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분석 리포트▶마켓인사이트 6월13일 오전 5시11분
맥주사업 1분기 344억 영업손실
회사 수익성도 덩달아 악화, 신용등급 강등 기준에 근접
신제품 '필라이트' 선전 기대
하이트진로의 맥주사업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수년째 손실이 이어지면서 회사 신용도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새 맥주 브랜드 ‘필라이트’ 출시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지만 단기간에 수익성 악화 추세를 되돌리긴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분기 맥주사업에서 34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연간 손실(217억원)보다 큰 규모다. 2014년부터 3년여 동안 총 826억원의 손실을 낼 정도로 맥주사업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OB맥주의 ‘카스’에 주도권을 내준 뒤 수입 맥주의 점유율 확대, 롯데칠성 시장 진입 등으로 입지가 좁아진 결과다. 2012년 43%(과세·면세 합산 기준)였던 하이트진로의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은 최근 32%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했다.
소주사업을 포함한 회사의 수익성도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은 1240억원으로 맥주사업에서 마지막으로 흑자를 낸 2013년보다 23% 줄었다. 올 들어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희망퇴직 위로금 약 550억원까지 부담해 1분기 27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말 맥주가격 인상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부진한 실적은 투자적격등급 10단계 중 6번째인 ‘A’ 신용등급을 위협할 수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주목하는 수익성 지표인 ‘매출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비율이 지난해 12.8%까지 떨어져서다.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강등 기준(한국신용평가는 12% 미만)인 10%에 근접하고 있다.
반전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저가 전략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말 일반 맥주보다 가격이 40%가량 저렴한 발포주(發泡酒) ‘필라이트’를 출시했다. 발포주는 원료인 맥아, 보리 비율이 일반 맥주의 3분의 2 수준인 술이다. 수입 맥주가 영토를 넓혀가는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부진을 저가 시장 선점으로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출시 20일 만에 준비했던 6만상자(1상자=355mL 24캔)를 모두 팔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다만 맥주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미미해 수익성 개선 효과를 가져오기까진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올해 회사의 필라이트 매출 목표는 150억원이다. 지난해 맥주사업 매출의 1.9% 수준이다. 동부증권이 예상한 내년 매출도 맥주사업의 7.4%인 566억원 수준에 그친다. 신제품 출시 초기 마케팅 비용도 부담이다. 경쟁사인 롯데칠성은 지난 1일 새 맥주 브랜드 ‘피츠’를 출시하면서 뜨거운 마케팅 경쟁을 예고했다.
NH투자증권 등 국내 10개 증권사들은 올해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이 949억원(평균)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한정된 시장에서 업체 간 경쟁 강도는 심해지고 있다”며 “올해도 맥주사업 실적이 좋아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