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사망' 고개숙인 이철성 경찰청장

"집회에 살수차 쓰지 않겠다"
유족 "진정한 사과 아니다"
이철성 경찰청장(사진)이 16일 백남기 농민 사망에 공식 사과했다. 앞으로 일반 집회시위 현장에는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이 청장은 이날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그간 민주화 운동 중 경찰에 의해 유명을 달리한 박종철 님, 이한열 님 등 희생자를 기린다”며 “특히 민중총궐기 집회시위에서 유명을 달리한 백남기 님과 유족께 깊은 애도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백 농민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석했다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후 지난해 9월 숨졌다. 당시 경찰청장이었던 강신명 전 청장은 사과를 거부해왔다. 반년여 만에 경찰이 공식 사과에 나선 이유는 전날 서울대병원이 백 농민의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경찰의 살수가 직접적인 사인으로 규정된 것이다.

이 청장은 “경찰의 공권력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며 절제된 가운데 행사돼야 한다”며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으로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일은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일반 집회시위 현장에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향후 살수차의 사용 여건은 대통령령인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 기준 등에 관한 규정’으로 법제화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경찰청은 △인권보호 △수사개혁 △자치경찰 세 부문의 개혁안을 추진할 경찰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장으로는 박경서 초대 유엔 인권대사가 임명됐다. 그 밖에 문경란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민간위원 19명이 위촉됐다. 위원회는 오는 10월21일 경찰의 날에 ‘경찰개혁권고안’을 마련해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할 계획이다.이 청장이 581일 만에 공식 사과했지만 유족은 “진정한 사과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큰딸 백도라지 씨(35)는 “유족을 만나는 시도라도 해야 했는데 아무 연락이 없었다”며 “오늘 청장의 사과는 원격 사과”라고 했다. 또 “뭘 잘못했다는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며 “진정한 사과라면 ‘살수차 운용지침’을 어긴 직사살수로 돌아가셔서 사과드린다는 정도로는 나왔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