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흔든 판결들]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과도한 침해"…개발이익환수는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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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 3법과 재산권보장 (헌재 1994년 7월29일 선고, 92헌바49 결정 등)대한민국의 경제지표를 확인할 때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부동산 시세다. 그만큼 부동산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서민들의 재테크에서도 부동산이 중요한 까닭에 부동산시장은 과열돼도 문제고 너무 위축돼도 문제다. 1980년대 후반부터 대한민국은 부동산 투기 열풍으로 인한 심각한 부동산 가격 상승이 문제시됐다. 이에 대한 비판을 통해 토지는 공공재(公共財)라는 주장이 널리 확산됐고 이른바 토지공개념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 근거로는 헌법 제122조의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는 규정이 제시됐다. 이런 헌법규정과 부동산 투기에 대한 비판 여론에 근거해 1989년 12월30일 토지공개념 3법, 즉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이 제정됐다.
1990년 1월1일 시행된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은 개발부담금제도를 도입했다. 택지개발, 공단조성 등 개발사업을 시행해 사업시행자나 토지소유자에게 정상 지가 상승분을 초과해 토지가액이 증가하는 이른바 ‘개발이익’에 일정 비율의 개발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토지초과이득세법’은 개발사업, 기타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개인 또는 법인이 보유한 유휴토지 등의 지가가 상승할 경우 그 소유자가 얻는 토지초과이득을 조세로 환수하는 것이었다. 1990년 2월28일 시행된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은 부동산 중에서도 주택 관련 토지에 대한 광범위한 제한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개인이 일정 규모(서울 등 일부 대도시는 가구당 200평(약 660㎡)) 이상의 택지를 소유한 경우 또는 법인이 택지를 예외적으로 보유한 경우에는 일정 규모의 초과소유부담금을 부과하도록 정했다.
헌법 122조에 근거한 부동산 규제
토지공개념 3법이 제정된 이후 많은 논란이 있었다. 사유재산제도의 침해 내지 국민의 재산권 보장에 대한 침해로 위헌 논란이 계속됐다. 특히 택지소유상한제에 대한 비판은 매우 강력했다. 이 제도는 실질적으로 서울을 비롯한 몇몇 대도시 거주자에게만 일정 면적 이상의 택지 소유를 제한함으로써 일종의 ‘벌금 성격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일 뿐 아니라 서민과 부자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토지초과이득세도 토지를 사유재산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며, 토지의 국유화를 정면으로 주장하는 대신에 간접적으로 토지 소유를 제한하는 것으로써 자본주의 경제질서 및 그 근간인 사유재산제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대두됐다. 개발이익의 환수에는 상대적으로 비판이 적었지만 개발이익의 평가 및 환수 기준 등과 관련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재산권 침해 논란에 위헌결정
토지공개념 3법에 대한 위헌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결국 이 법률은 모두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게 됐다. 이들 중에서 가장 먼저 위헌성이 확인된 것은 토지초과이득세법이다.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를 들어 토지초과이득세법 전체의 위헌성을 인정했다. 우선 토지초과소득세법에 따른 토지초과이득세(토초세)는 그 기준시가의 산정 방법을 대통령령에 위임해 포괄적 위임입법의 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둘째, 여러 과세 기간에 걸쳐 토지를 보유할 때 특정 과세 기간에는 토지초과이득이 발생했으나 토지 취득 당시와 비교해서는 오히려 지가가 하락한 데 대비한 보충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셋째, 50%의 단일비례세로 규정된 토초세 세율이 헌법상 재산권보장 조항과 평등권 조항에 위배된다. 넷째,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소유제한범위 내의 택지인지에 관계없이 토초세 과세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는 점은 위헌적이다. 다섯째, 토초세 과세 대상인 유휴토지 등에 임대토지를 포함시키고 있는 토초세법 제8조 제1항 제13호 규정도 헌법에 위배된다. 여섯째, 토초세법 제26조 제1항과 제4항이 토초세액 일부만을 양도소득세에서 공제하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상 조세법률주의를 위반한다. 헌재는 다만 입법자(국회)가 이 결정에서 밝힌 위헌 이유에 맞춰 새로이 개정 또는 폐지할 때까지는 법원, 기타 국가기관은 토지초과이득세법을 더 이상 적용·시행할 수 없도록 중지하되, 그 형식적 존속만을 잠정적으로 유지하게 하기 위해 위헌·무효결정을 선고하는 대신에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했다(헌재 1994년 7월29일 92헌바49 등).
뒤이어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3항 단서에 대한 위헌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에서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지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시점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은 매입가격 결정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없고,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비례성 판단에 요구되는 최소성의 요청 등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다(헌재 1998년 6월25일 95헌바35 등).그러나 헌법재판소가 개발이익환수제도 자체를 위헌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
개발이익환수제도만 존속헌법재판소는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에는 특별시·광역시에서 택지의 소유 상한을 200평으로 정한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이 법 시행 전부터 택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일률적으로 택지소유상한제를 적용한 것이 신뢰이익을 해치며, 경과규정에서 법 시행 이전부터 택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을 법 시행 이후 택지를 취득한 사람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봤다.
나아가 기간의 제한 없이 고율의 부담금을 계속적으로 부과하는 것이 재산권에 내재하는 사회적 제약에 의해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 것이고, 매수청구 후에도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그리고 이와 같이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의 핵심적 내용에 위헌결정을 내리면 법 전부를 시행할 수 없다고 인정해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 전체에 위헌결정을 내림으로써 법률을 무효화했다(헌재 1999년 4월29일 94헌바37 등). 결국 토지공개념 3법 가운데 유일하게 그 존속을 유지한 것은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이었으며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과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폐지됐다.
부작용도 큰 토지공개념
토지공개념 3법이 위헌결정에 의해 대부분 무력화됐지만 토지공개념 자체가 위헌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여전히 건재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토지공개념을 재확립하고 관련 입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통한 부익부 빈익빈을 막기 위해, 대한민국 경제의 뇌관 중 하나로 꼽히는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기 위해 그리고 인간과 자연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토지공개념이 그 나름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토지공개념이 만능은 아니며 토지공개념을 내세워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오히려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는 것을 토지공개념 3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보여주고 있다.
■ 그린벨트·농지전용제한…토지공개념 의미 담겨토지공개념은 현행법 속에 깊이 침투해 있다. 헌법 제122조뿐만 아니라 농지에 관한 특별한 제한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헌법 제121조도 토지공개념에 기초한 것이며, 개발제한구역(이른바 그린벨트) 설정이나 농지·임야의 전용 제한, 도시계획에 의한 토지의 용도지정, 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허가 등도 토지공개념을 전제로 특별한 제한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한이 과도해지면, 즉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소급적 또는 차별적으로 침해하거나 적절한 구제조치가 확보되지 않으면 아무리 토지공개념 입법의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또다시 위헌결정이 나올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장영수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