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단 검토'신고리 원전 5·6호기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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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멈추면 생계 타격…왜 환경단체 말만 믿나"“문재인 대통령이 여론의 뜻을 따르겠다고 했다 카던데, 와 우리 마을 여론은 안 듣는지 모르겠어예.”
지역주민들 강력 반발
"현장 인부들 다 떠나면 지역경제 침체 불가피"
공사 30% 가까이 진행…들어간 돈만 1.5조원
건설 중단 사태 벌어지면 직간접 손실 6조 예상
지난 16일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가 한창인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이곳에서 만난 주민 박모씨는 “신고리 5·6호기는 우리 주민이 유치했어예. 지역민 여론과 현실을 무시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공약은 대통령이 다시 생각해주면 좋겠십니더”라며 이같이 말했다. 마을 곳곳에는 ‘신고리 5·6호기는 지역주민 생계를 보장하는 유일한 대책’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공약에서 ‘단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감축해 원전 제로시대를 열겠다’며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제반 사항을 점검해 건설을 계속할지 검토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정기획위는 아직 공사 중단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재로선 공사가 진행 중이다. 콘크리트를 실은 레미콘 차량은 이날도 쉴 새 없이 줄지어 공사 현장을 드나들었다. 신고리 5·6호기의 공정률은 지난 5월 말 기준 이미 28.8%를 달성했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5호기 보조 건물과 원자로 건물의 기초 콘크리트 치기는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제 중단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공사 관계자들의 불안은 컸다. 한 시공업체 직원은 “당장 일거리가 사라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우려는 이곳 주민에겐 오히려 괜한 걱정이었다. 신고리 5·6호기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고리 1호기가 있는 장안읍 한 주민은 “고리 1호기가 세워지기 전부터 지금까지 여기서 살았는데 (새 정부가) 우리 말보다는 환경단체 말만 믿는 것 아니냐”고 했다. 고리 1호기는 18일 밤 12시를 기해 40년간의 수명을 다하고 영구정지됐다.전문가들은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중단할 경우 매몰 비용도 큰 문제로 지적했다. 지금까지 들어간 공사비만 1조5200억원이다.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투입된 공사비와 계약 해지에 따른 보상비 2조5000억원 △지역상생 지원금 집행 중단 1500억원 △지역 건설경기 악화와 민원발생 비용 2700억원 △법정지원금 중단 1조원 △지방세수 감소 2조2000억원 등 총 6조원가량의 직간접 손실이 발생한다.
시공 설계가 보류된 신한울 3·4호기 건설 예정 지역(경북 울진군 북면) 주민도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신한울 3·4호기 설계용역을 맡은 한국전력기술에 지난달 시공 관련 설계업무를 일시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직원 15명과 함께 북면에서 발전소정비업을 하고 있는 공준식 대표는 “신한울 1·2호기 건설이 마무리되면서 침체됐던 지역경제에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단비였다”며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의 한모 대표는 “지난 30년간 울진군이 서울 사람들 쓸 전기를 생산해 보내준 것 아니냐”며 “전기는 서울 사람들이 다 쓰면서 그 보답이 원전 건설 중단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리=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