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공격적 투자로 차입금 눈덩이…'몸살 난' 한독

신용분석 리포트

투자성과 미미·재무상태 악화
올해 1분기 현금성 자산 8억
신용등급 'BBB+' 강등
▶마켓인사이트 6월19일 오전 6시11분

중견 제약사 한독이 ‘빚더미’에 깔렸다. 공격적인 투자를 위해 자본시장에서 잇따라 자금을 조달한 탓이다.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A-’인 신용등급도 ‘BBB급’(신용등급 BBB-~BBB+)으로 강등됐다.

19일 한독에 따르면 올 1분기 이 회사의 개별 회계기준 총 차입금은 1680억원으로 2015년 말 대비 79.8% 증가했다. 2011년까지 전무했던 차입금은 매년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한독의 현금성 자산(1분기 기준 8억원) 규모와 이익 창출능력(작년 말 기준 영업이익 56억원)을 감안할 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재무구조 악화는 투자 확대에서 비롯됐다. 한독은 2012년 정부의 약가 인하로 의약품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다른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2년 바이오신약 개발업체인 제넥신 지분 30%를 340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5년여간 태평양제약 제약부문(635억원), 의료기기 업체 엔비포스텍(90억원), 미국 건강기능식품 업체 저스트시(36억원), 일본 의약품 원료업체 데라벨류즈(211억원)의 지분을 잇따라 사들였다. 2013년엔 이스라엘 제약사 테바와 함께 235억원을 들여 제네릭 제조법인 한독테바를 설립했다.

공격적인 투자에 힘입어 외형은 커졌다. 한독의 지난해 매출은 3963억원으로 2011년보다 19.1% 증가했다. 하지만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같은 기간 321억원에서 202억원으로 줄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한독의 신용등급을 ‘BBB+’로 한 단계 강등했다.한독 신용도를 평가할 때 잣대로 삼는 핵심지표들이 등급 강등 조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한독의 매출 대비 EBITDA 비율은 2015년부터 올 1분기까지 5%대로 기준인 6%를 밑돌고 있다. 영업현금흐름에서 배당금과 자본투자비 등을 뺀 잉여현금흐름은 2년이 넘게 적자 상태다. EBITDA 대비 순차입금 비율은 올 1분기 7.3배로 등급하락 조건인 5배를 훌쩍 넘겼다.

정혜옥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대규모 지분투자와 시설투자가 지속되며 전체 현금흐름의 적자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독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재무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자금을 빌릴 때 붙은 금리가 높아져서다. 지난 13일 기준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시가평가한 3년 만기 ‘BBB+’등급 회사채 금리는 연 5.897%로, 한독의 3년 만기 채권금리(연 3.349%)보다 2.5%포인트 이상 높다. 올 1분기 기준 한독이 1년 내 갚아야 하는 차입금은 총 786억원이다.한독 관계자는 “작년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하는 등 지난 몇 년간 진행한 투자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며 “이익 규모를 늘려 빚을 갚아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